▲수원 군공항 이전 논란과 관련 케이블채널 등에서 수원시가 의뢰한 '경기남부국제공항' 홍보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최경준
"잠시 후 경기남부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자막이 흐른다. 이어 "화옹지구에 국제공항이 생기면?"이라는 질문이 나타난다. '경기남부IT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화성의 지역경제가 살아납니다"라고 얘기한다. 화성국제테마파크, 궁평 관광지 등을 언급하면서 "세계적 친환경 관광명소로 발돋움하는 경기도"는 "경기남부국제공항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유혹한다.
최근 일부 케이블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방영되는 광고의 한 장면이다. 언뜻 보면 경기도나 화성시가 주관해서 만든 광고로 착각할 수 있다. 마지막에 뜬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유치 시민연대'라는 자막 때문에 시민단체가 주도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광고총연합회에 따르면, 이 광고는 수원시의 의뢰로 지난달 10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화옹지구'는 화성시 궁평리와 매향리를 연결하는 방조제로 생긴 화성호 내 간척지를 말한다. '경기남부국제공항'의 이전 버전은 수원 군 공항(제10 전투비행단)이다. 광고에서는 이 공항으로 화성시의 경제가 발전한다고 하지만, 정작 화성 시민 70% 이상은 반대하고 있다. 수원시는 왜 남의 지자체 일에 나서서 광고까지 내걸었을까?
수원시뿐만이 아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수원에서 출마한 여야 후보들은 일제히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반면 화성지역 출마 여야 후보들은 이를 반대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됐다. 당론조차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보다 못한 서철모 화성시장이 "경기남부국제공항? 버스 정류장도 아니고..."라고 꼬집었다. 화옹지구가 인천공항에서 직선으로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실 수원 군 공항 이전은 수원시의 오랜 염원이지만, 화성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주민들 간 갈등과 불신만 깊어졌다.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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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군 공항 화성 이전 논란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2월 국방부는 수원시의 군 공항 이전 건의를 수용해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 후보지로 지정했다. 수원은 국방부의 결정을 환영했고, 화성은 격렬히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