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텃밭 농사의 시작.
박향숙
올해의 첫 작물은 감자였다. 잡초를 억제하고 습기를 보존한다고 해서 멀칭이라는 비닐작업도 했다. 강원도산 수미감자의 씨감자를 심었다. 심은 지 2주 만에 씨감자마다 쏙쏙 올라온 푸른 싹은 입안의 박하사탕이 주는 느낌으로, 시원달콤한 행복을 주었다. 길고 긴 여름 하지에 넝쿨째 올라올 감자를 생각하면, 그 옛날 보리고개를 넘으며 배고팠던 사람들에게 시간을 앞당겨 함께 배부르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하던 놀이가 있었다. '감자가 싹이나서 잎사귀에 감자 감자,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면서 감자의 싹을 떠올린 동심의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오늘도 그 리듬을 중얼거리며 싹이 난 감자를 만져보며 사진을 찍었다. 약속했다.
"감자야 감자야, 자주자주 올 테니 재밌게 얘기하자. 네 얘기도 듣고 내 얘기도 들려주마. 대신 풍성한 결실을 다오. 내가 줄 것은 오로지 감사한 마음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린 어느새 많은 신조어에 익숙해졌다. 당신 이름석자 정도만 한자어로 아시는 팔순의 친정엄마도 아신다. '사회적 거리', '온라인 수업', '자가격리', 심지어 '코비드19(COVID19)'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