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월 23일 밤 10시 청와대에서 한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에는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여 시민과 정부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언론에 다시한번 날을 세웠다.
청와대
북한 핵 위기와 카드채 발 금융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위기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지도자를 쳐다본다"면서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때가 위기를 맞았을 때라고 했다. 아울러 위기와 관련해서 노 대통령은 세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첫째,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정치자금 문제를 비롯한 어떤 위기에서도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정면 돌파했다.
2003년 7월 21일 춘추관에서 있었던 '정치자금에 관한 특별회견' 전날 저녁 관저에서 관련 회의가 있었고, 회견문 초안을 보여드렸다. "이게 뭐꼬" 하시더니 "됐다 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해야지"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음날 자신이 작성한 메모만 가지고 '대선자금을 있는 그대로 소상히 밝히고 철저하게 검증 받자'고 연설했다.
'경제위기론'도 끊이지 않았다. 임기 내내 '경제가 파탄났다'는 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시달렸다. 2007년 1월 23일 신년연설에서 "우리 경제 위기 아니다. 위기의 출발은 IMF이고, 이로 인해 심화된 양극화가 문제다.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위기를 만든 책임은 없다"고 했다가 "노 대통령, 경제 책임 없다"고 대서특필한 언론에 의해 뭇매를 맞고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경포대)'이란 야유를 들었다.
둘째,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급급해서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당장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긴 안목으로 위기에 대처했다. 예를 들어 경제가 어렵다고 미봉책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지 않았다. 대신 고통을 분담하고 감내하자고 호소했다. 인위적 부양책을 쓰면 당장의 어려움은 모면할 수 있지만 다음 정부와 우리 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리어 양극화, 저출산 문제와 같이 당장은 문제 되지 않지만 장차 위기로 다가올 문제들을 의제화했다.
2006년 당시, 먼 미래인 2030년까지의 발전 전략인 <국가 미래전략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예상되는 사회 변화와 위기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장기 계획과 목표를 담았다.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걷자는 인기 없는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치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연금 재정개혁을 단행한 사람도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다. 1988년 시행 초기부터 이대로 가면 다음 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연금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손댈 엄두를 내지 않았다.
셋째, 위기를 부풀리거나 이용하지 않았다. 해방 이후 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 비상사태의 연속이었다. 늘 단군 이래 최대 위기였다. 심지어 정략적인 목적으로 위기를 침소봉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전두환 시절에는 북한이 임진강 댐 물을 방류하면 63빌딩 절반이 잠긴다고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했지 않은가.
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도 새벽에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보여주기 식의 과도한 대응을 절제했다. 불필요하게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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