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당선자가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향후 의정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다.
남소연
우리는 '교통표지판 정당'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보수'이고 '우리가 갈 길은 이거다'라고 유권자들에게 '이쪽으로 따라오라'고만 했다. 반면, 여당은 능력이 있지 않나. 정부 재정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했다. 민주당은 '내비게이션 정당'이었던 거다. 유권자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한 번 물어보고, 여러 가지 경로를 이야기해주고, 유권자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같이 가주는."
- 20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그리고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유권자들에게 보여준 모습도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은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당이 광화문에서 무한투쟁을 선언했다. 광화문에 수십만 명이 모였다. 국회에서 3년 반 일했던 사람으로서, 불가피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야당 입장에서 굉장히 힘들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회 밖에서 내가 느낀 민심은 그게 아니었다. 더 이상 국민들은 난투극을 원하지 않는다.
광화문에서 매일매일의 작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쟁에서는 졌다. 유권자들은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데 염증을 느낀 것이다. 대다수 유권자들에게는 식상함 내지는 혐오감만 줬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를 답습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통합당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세 가지
- 이틀 동안(21-22일 )의 당선자 워크숍에 참여해 보니 어땠나? 워크숍에서 통합당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들었다.
"열띤 분위기였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여러 가지 제안도 많이 나왔다. 보통 다선 의원들이 있으면 초선 의원들은 자리 배치라든지 발언 기회라든지 주눅 들기 마련이다. 이번 21대는 그런 거 없이 자연스레 섞어 앉았고, 발언도 오히려 초선들이 더 열심히 그리고 많이 했다. 다선 의원들은 이를 굉장히 신선하게 봤고. 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발전이 있겠다는 덕담까지 해줬다."
- 워크숍을 통해 통합당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을 것 같다. 통합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 가지 정도로 귀결된다. 하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이 있기는 하지만 정책적 서포트도, 선거에 대한 지원도 부족했기 때문에 당이 갈 방향을 잃었고, 후보들도 도움받지 못했다. 얼마 전 '뇌가 없는 정당'이란 이야기도 뼈아프게 나오지 않았나. 당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중도층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을 잡아서 당의 이상과 희망을 정치로 펼치는 일이다. 그런데 중도층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집권할 가능성이 제로다. 끊임없이 중도층한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을 내고, 중도층과 스킨십을 넓혀야 한다.
세 번째는 젋은층에게 미래통합당이 '아재정당' '꼰대정당'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벗길 수 있는 이미지 쇄신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당선자 워크숍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지도 체제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통합당은 당 혁신을 위해 결국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에게 당권을 맡기기로 했다.
"비상시국이니까 비대위로 가는 게 맞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정운영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경제전문가이다. 소득주도성장,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우리 당을 개혁하고 정책을 잘 다듬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메시지 파워'가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77석, 사실상 180석이나 되는 거대여당이 있기 때문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뭉치는 통합의 길을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이 새롭게 거듭나려면 개혁해야 하는데, 개혁은 덜어내는 과정이다. 이 덜어내고 바꾸는 과정은 김종인 비대위가 키를 잡고 갈 것이다. 역할 분담이 잘 되리라 기대한다."
-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여러 경제 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향이 과연 보수 정당과 잘 맞을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다.
"사실 정강‧정책의 제목을 가리고 보면, 이게 민주당의 것인지 통합당의 것인지 잘 구분되지 않을 거다. 경제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더 현실적인 정책으로 수렴해 가고 있다. 예전에는 허황되다고 이야기했던 지원 정책이 전부 현실화되고 있지 않나? 재난기본소득도 그렇고, 청년기본소득, 공적 부조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경제정책이 절대 시대정신이나 우리 당의 노선과 어긋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