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지오름톳오름에서 찍은 둔지오름 전체 모습
신병철
둔지오름 입구에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다. 이것을 찾아야 오름에 제대로 올라갈 수 있다. 둔지란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이란 뜻이란다. 이 지역에 둔지가 많고, 둔지오름은 그 중에서 가장 높은 둔지인 셈이다.
올라간다. 둘레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아래 안내판에는 없던 둘레길이다. 최근에 조성한 걸까? 우리는 정상으로 올라간다. 길이 정상을 향해서 수직으로 나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 간다. 편백숲이 우리를 지나갔고, 곧 이어 잡목숲이 지나갔다.
이번엔 풀숲이 지나가고, 뒤이어 잡목숲이다. 길가에 난간 대신 줄을 쳐 놓았다. 줄을 잡고 올라가면 힘이 반감된다. 4명 밖에 안 되어 조촐한 산행이 되었다. 저 숲을 지나면 정상이 나타난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멀리 있는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름에 올라가면 주변 오름 이름 알아맞히는 재미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오름을 많이 올라간 사람이 잘 알아맞힌다. 왼쪽부터 다랑쉬, 중간에 뚜렷한 게 돝, 오른쪽 멀리 있는 게 높은오름.... 우리는 다 같이 오름 이름을 합창한다.
옆에 오름 관망도가 있다. 우리가 합창한 게 맞나 확인해 보자며 하나씩 맞춰본다. 어라! 틀리네. 에이 아직도 우린 초보 오름가들인가 보다 하며 살짝 실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돝오름이 왼쪽의 가까운 오름이어야 하는데, 관망도에선 저 멀리 있다. 게다가 높은오름 생김새도 이상하다.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지도를 정치하여 맞춰 본다. 우리가 익혔던 오름 생김새와 거리, 위치 등등을 총동원하였다.
오름관망도와 오름들이 일치하지 않는다. 오름의 배열은 맞으나, 사진이 오른쪽으로 더 틀어야 했다.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것 같다. 결론은 우리가 맞았고, 둔지오름 관망도가 잘못되었음이다. 그러면 그렇지! 다시 우리는 의기양양해 한다.
둔지오름 정상 오름 관망도의 잘못은 이후 돝오름 정상에 있는 오름 관망도를 보고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잘못된 정보는 없는 것만 못하니 빠른 시간 안에 수정하기를 바란다.
정상에 올랐으니 이젠 내려간다. 둔지오름은 남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졌다. 활처럼 능선이 휘였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내려간다. 앞선 사람이 '아이구 이뻐라' 하며 탄성을 지른다. 길가에 까치수염 여러 송이가 활짝 피었다. '꽃을 피울 수 밖에 없어 미안시럽구만이라' 하며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