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H초 교장이 교원들에게 나눠준 조퇴상품권.
제보자
한 초등학교 교장이 임의로 '조퇴 상품권'을 만들어 교원들에게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으로 보장된 공무원들의 휴가권을 제멋대로 '하사'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란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 H초에 따르면 이 학교 이 아무개 교장은 지난 15일 이 학교 교원들에게 '조퇴상품권'이라고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이 종이에는 '서울H초 이◯◯'이란 교장의 이름과 함께 '사용기간 2020. 7. 16 ~ 2020. 7. 31(수업종료 후) 중 1회'라고 적혀 있다.
이 상품권 종이를 받은 교원은 해당기간에 특별히 한 번 조퇴를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장으로부터 조퇴상품권을 받아 조퇴 자격을 얻은 교원은 전체 46명 가운데 38명이었다.
일부 초등교사의 경우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 상품권' 등을 주는 사례가 있었지만, 교장이 교사 등에게 '조퇴상품권'을 나눠주는 행위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학교 교장은 교원들에게 "상품권은 힐링의 시간으로 채우세요"란 내용이 적힌 메신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교장이 상품권을 준 뒤 이 학교 한 부장은 '조퇴상품권 사용일'이란 문서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내용은 결재시스템에 조퇴 사유를 '개인사정'이라고 적은 뒤 교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에게 상신하라는 것이었다.
조퇴상품권을 받은 이 학교 한 교사는 "조퇴 사용 유무는 법이 모든 교직원들에게 부여해준 권리"라면서 "교장이 '조퇴상품권'이란 걸 만들어 커다란 시혜를 베푸는 것인양 행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은 "행정기관의 장은 연가(조퇴 포함) 신청을 받았을 때에는 공무수행에 특별한 지장이 없으면 승인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품권을 받아야 조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건수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도 "교원의 휴가권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공무원의 권리"라면서 "이것을 교장이 상품권으로 만들어 '하사'한다는 것은 귀를 의심할만한 '갑질'이며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사무처장은 "서울교육청은 지체 없이 이 교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교 쪽 "격려 차원에서 준 것, 조퇴는 교장 허가사항이라..."
이에 대해 H초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퇴상품권은 나쁜 의도가 아니며 교원 격려 차원에서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퇴가 교원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교장의 허가사항이기도 하기 때문에 눈치 보지 말고 조퇴를 하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는 당사자인 이 교장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이날 4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학교 관계자에게 '교장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줄 것'을 부탁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이날 학교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 교장이 "학교 순시 중이다.", "갑자기 출장을 가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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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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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교원 조퇴'가 하사품?...'조퇴상품권' 뿌린 황당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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