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전아름 작가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보리 사진
전아름
- 번아웃증후군을 겪으셨군요. 주변에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일 것 같습니다. 출력한 사진을 보면 풍경사진이 많은데, 풍경을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먼저 제가 느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행복은 임팩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횟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한두 번 가는 여행에 행복을 걸기보다는 매일 걷는 길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편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풍경을 찍기 시작했는데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들이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여름 장맛비가 내릴 때 땅에 떨어진 플라타너스의 잎은 20cm 이상 될 정도로 컸던 것 같은데, 봄철에 잎이 피어나는 것을 보니 여느 나무와 다르지 않게 아주 작은 새싹이었어요.
그런 것을 보니 저 나무도 얼마나 열심히 생존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 풍경을 보면 인생의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이 번갈아 나는 맛 또는 그런 음식'의 뜻을 가진 신조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풍경 사진을 찍으며 사색에 잠기는데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 많은 사람이 '시간 나면 뭘 한다'란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요.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아보며 번아웃증후군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걷는 길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래 사진은 언덕 아래에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한 사람이 걸어가는 사진이네요. 어떤 의미인가요?
"키가 큰 나무를 배경으로 사람이 걷고 있는데요.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분이었고, 다리 한쪽을 약간 절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계셨어요. 가느다랗게 보이는 길이 우리 인생이라고 상상을 해보면, 중년쯤 되면 인생의 삼분의 이 정도는 걸어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길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말 2/3만큼 온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잖아요.
걸어온 길이 많을지, 앞으로 남은 길이 많을지는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만 없다면 길을 결정하는 건 본인의 마음가짐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또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언뜻 보면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대자연 속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인간이니 교만해지지 말자. 그런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