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화단 성보박물관 앞에 있는 화단
고태규
등산을 하고 싶은 사람은 지리산으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 연기암부터 지리산 무넹기까지는 3.6킬로미터이고, 약 세 시간쯤 걸린다. 이 길은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주 악명 높은 험한 코스로 유명했다. 나도 40여 년 전 사회생활 초년병 때 회사 동료들과 이 코스로 노고단에 올라가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와 섬진강 백사장에서 텐트를 치고 은어 낚시를 즐긴 적이 있다. 등산 애호가가 아닌 도보여행자들이 걷기에는 너무 힘든 코스이다.
이 코스는 1박 2일로 일정을 잡고,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 딱 좋다. 템플스테이는 템플스테이통합센터(www.templestay.com)나 화엄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면 된다.
지리산 언저리에 왔으면, 화엄사에 있는 4사자3층석탑(국보 35호)을 보고 가야 한다. 화엄사는 절이 하도 넓어서 이 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단 절 맨 위쪽에 있는 각황전으로 가서, 왼쪽 뒤편으로 가면 이 탑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거기에 3층 석탑이 서 있다. 거기서 절 전체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또한 일품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탑은 지금은 해체 수리 중이어서, 창고 안에 모셔져 있는 모습을 유리창을 통해서 보아야 했다. 수리를 마치고 원상복구 하는데 아마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화엄사 문화유산 각황전 석등 사자탑
고태규
꿩 대신 닭이라고 각황전 앞에 서있는 사자탑(보물 제300호)를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사자탑은 1층 몸돌 하나를 네 마리 사자가 머리에 이고 있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화엄사에는 이밖에도 문화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불교 건축물의 전형을 보여주는 각황전(국보 제67호), 몸돌 조각이 예쁜 오층석탑(보물 제132호와 133호로 동서 쌍둥이 탑. 동탑에는 조각이 없다), 높이 6.4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석등(국보 제12호) 등이 볼만 하고, 그밖에도 오래된 전각이 많아서 도보여행을 마친 후(또는 중간에) 한나절을 보내기에는 딱 좋은 절이다.
화엄사로 오가면서 절문 밖 산자락(바로 걸어가는 길 옆)에 자리 잡은 부도(요즘은 승탑이라고 한다) 밭을 둘러보는 것도 우리 문화재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거기에는 옛날의 수수한 부도와 요즘 만든 화려한 부도들이 한 줄로 서 있는데, 그 모습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거리가 된다.
참고로 요즘 만든 것들은 대부분 부도로 유명한 사찰인 연곡사(바로 옆 피아골에 있음) 동부도(국보 제53호)나 북부도(국보 제54호) 또는 서부도(소요대사부도, 보물 1346호)를 모방한 것들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옛날과 요즘 장인(불교 예술가)들의 돌 다루는(조각) 솜씨를 비교해 보는 것도 도보여행의 한 가지 묘미가 된다.
▲화엄사 해우소 절집의 예쁜 화장실
고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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