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후 기자회견을 하는 변호사들과 난민인권단체
최초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루렌도 가족은 꿋꿋이 버텨내고 있었다. 첫 변론기일은 소장을 접수한 지 두 달 만에 잡혔다. 아직 대한민국에 '입국'하지도 않은 가족들을 기일에 어떻게 출석시킬 것인지가 문제가 됐다.
다행히 재판부의 지휘에 따라 두 번째 기일부터 가족들이 출석할 수 있게 됐다. 1심에서 변론기일은 세 번 열렸는데, 첫 기일엔 가족들이 출석하지 못했고, 두 번째 기일엔 다소 황당하게도 통역인이 출석하지 않아 가족들이 진술하지 못했다. 절차적인 문제로 기일이 세 차례나 열린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은 공항에 사실상 갇혀 있었고,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었다. 재판부나 출입국에게는 단지 미숙한 절차적 실수였겠지만, 그 결과는 가족들에게 치명적이었다.
한편, 루렌도 가족의 인천공항 체류 사실은 다수의 언론을 통해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가족들은 가짜 난민이란 낙인이 찍힌 채 소송에 임해야 했다. 소송 과정에서 난민을 반대하는 집단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기일마다 법원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첫 기일 때에는 변론이 끝나자마자 법정 바로 앞에서 가족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건물 안팎을 불문하고 큰소리로 욕을 했고, 흥분하여 음료수병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두 번째 기일부터는 재판부에서 방청객에게 소란을 일으키지 말 것을 당부했고, 법원 경위가 차례로 사람들을 법원 밖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물론 건물 밖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이어졌다.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루렌도 가족은 인천공항에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1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항소하더라도 승소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인천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그라들었던 이 시기가, 가족들에게도 변호사들에게도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체류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가족들은 눈에 띄게 지쳐 갔다.
항소심을 준비하면서는 증거를 보강했다. 앙골라 현지의 지인들과 연락을 시도했다. 출입국이 1심에서 제출한 증거 중, 루렌도 가족이 "경제적 목적"의 이민을 준비했다는 조사 결과가 담긴 대사관의 회신이 있었는데, 이 진술을 한 사람과 직접 통화를 해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는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기독교 커뮤니티를 통해 가족들이 다녔던 교회의 목사님과 연락이 닿았고, 진술서를 받았다. 항소심에서 새로 입수한 증거를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루렌도 가족은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들의 난민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난민신청사유는 입국 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었다. 루렌도 가족은 판결 선고 후 2주가 지나 정식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한 지 자그마치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한국 땅을 밟은 가족,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