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암 승탑이 대웅전 앞에 배치된 특이한 가람배치가 이색적이다
고태규
탑신부에서는 1층 몸돌이 너비에 비하여 높으며, 2·3층의 몸돌도 높이의 차이가 별로 없어, 또한 특이한 면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붕돌은 각 층 모두 처마가 직선이고, 네 처마끝의 반전이 경쾌하며, 물이 흐르는 경사도 완만하다. 신라 석탑의 일반적인 법식을 따르고 있으나, 지붕돌 아랫면은 층층으로 되어 있지 않아, 이것도 또한 특수한 점이라 하겠다.
상륜부(맨 위 뾰쪽한 철탑 부분)는 약간 결손된 부분도 있으나, 둥근 노반석 위에 복발(覆鉢: 주발을 엎어 놓은 모습)·보륜(寶輪: 기둥머리의 금속 장식)·보개(寶蓋: 보륜 위에 덮개 모양)·수연(水煙: 탑의 구륜 윗부분에 불꽃 모양으로 만든 장식) 등 부재가 정연하게 완전한 찰주(擦柱: 탑의 중심기둥)에 차례로 꽂혀 있음은 희귀한 유례라 할 것이다.
이 석탑은 이와 같이 각 부분의 구조가 특이할 뿐만 아니라, 탑신부의 몸돌과 지붕돌 밑에 섬세하고도 화려한 조각이 가득 장식되어 있다. 즉 1층 몸돌 각 면에는 보살입상과 신장상 2구씩을, 2층 몸돌 각 면에는 주악천인상(奏樂天人像: 하늘을 날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 모습) 2구씩을, 3층의 각 면에는 1구씩의 천인좌상(天人坐像: 앉아 있는 천사상)을 각각 돋을새김하고 있어, 모든 면에 조각이 화려하다.
2층과 3층 몸돌 하단에는 난간을 둘렀다. 각층의 지붕돌 아래에는 목조건축의 나무기둥에 새기는 장식을 조각했다. 1층과 2층 지붕돌 아랫면에는 앙련(仰蓮: 위를 바라보는 연꽃)을 조각하였고, 3층 지붕돌 아랫면에는 삼존상을 조각하였다.
이와 같이 각 탑신의 구조에서 전형적인 신라 양식에 구애되지 않은 자유로운 설계를 볼 수 있다. 각 부재의 표면 조각에서도 특이한 의장을 찾을 수 있는 점이 신라시대 굴지의 아름답고도 특수한 형식의 탑이라 하겠다.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문화재대관>의 설명을 쉽게 풀어 쓴다고 했는데도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문화재를 설명할 때, 자기들만 이해하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재가 일반인들로부터 배척을 받는 것이다.
아무튼 한마디로 이 탑을 평가하자면, 8킬로미터를 걸어서 보러 갈 만큼 충분히 멋진 탑이라는 것이다.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탑의 각 층마다 몸돌에 조각되어 있는 장식이 아름답고, 특이한 양식의 석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신라 말기의 지방 선종 사찰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 명품 중의 명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서울 경주가 아닌, 시골 변방 지리산이 배출한 최고의 명품 석탑이라고 보면 된다. 산속 작은 절 백장암은 이 탑이 있음으로 해서 공간미가 확 살아난다.
▲ 긴 통나무에 홈을 내고 연결하여 만든 수조.
고태규
이 코스의 최대 단점은 실상사를 기준으로 4킬로미터 중, 약 3킬로미터를 산내에서 인월 방향으로 가는 60번 지방도를 따라간다는 거다. 도로에 도보자용 갓길도 잘 만들어지지 않았고, 고속으로 지나다니는 차량도 상당히 많아서 다소 위험하다.
또한 60번 도로에서 백장암으로 올라가는 약 1.1킬로미터 구간이 엄청난 고갯길이라 초급 도보여행자자에게는 적합한 코스가 아니다. 그러나 백장암의 멋진 모습은 이런 고생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으니,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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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풍경이 이렇게 멋진 절집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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