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자,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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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길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아서 깜짝 놀랐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나를 감싸 그대로 땅으로 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차를 세우고, 2차선 도로를 건너는 길이었다. 잠시였는데도 푹푹 삼는 열기에 놀라 얼른 아이스크림을 사서 차로 돌아갔다.
폭우로 물난리가 난 게 얼마 안 됐는데 또다시 폭염으로 난리가 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이층 다락방 신세를 지고 있는 지금, 이곳도 목욕탕 사우나방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어젯밤에도 밤새 뒤척였다. 밤에도 시원해지지 않는 열대야가 시작된 거다.
코로나 이후, 여러 책을 읽으면서 백신이 개발되어도 끝나지 않는 세계로 진입했음을 깨달았다. 코로나 전과 같은 행태로 살아가선 안 된다는 걸, 코로나의 발발도 우리가 마음껏 쓰고 소비하며 환경을 파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폭우와 지금 시작된 폭염도 그 연장선이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환경에 대해 생각하다
원래 물건을 아끼는 집안에서 커온 탓에 일회용품들을 함부로 쓰지 않는 습관은 나도 모르는 새 탑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환경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 건 성인이 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다.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래선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맘껏 누리며 살아온 것들을 아이들도 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미니멀라이프'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삶의 간소화.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삶. 미니멀라이프를 접하게 되면서 내게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게 됐고, 미니멀라이프의 실천이 환경을 위하는 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무분별한 소비를 하지 않으니 쓰레기가 자연스레 줄어든다. 내가 소유한 것이 간소해지면 더 관리하게 되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걸레 한 장이면 되니까 물티슈는 필요 없다. 그러니 물티슈 쓰지 말기로 했다.
세제를 사지 않고 설거지를 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고, 청결을 위해선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이 없어도 되는 물건임을 알게 되었다. 비누 한 장이면 샤워가 가능한 삶을 사는 사람을 보게 되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됐다.
가장 최소한의 것부터
하지만 원래 있던 습관을 대체하려면 새로운 습관이 내 몸에 붙을 때까지 꾸준히 실천하면서 기다려 줘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실천을 방해하게 하고 나중엔 부담이 되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딱 내가 그랬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실천하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어느 습관 하나 몸에 붙이지 못했는데 또 다른 걸 시도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힘들어지고, 그만 내가 가지던 문제의식에 눈을 감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내가 지속적으로 환경을 위해 실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했고, 이런 환경을 겪다 보니 자꾸 모른 척 할 수 없게 된 것. 게다가 이상기후가 자꾸 속출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