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제9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공동주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정관리사들의 불안정 노동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시간'은 양단에서 모두 문제가 된다. 기본급이 따로 없이 건당 수수료가 곧장 소득으로 이어지기에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기 쉬운 구조다. 특히 학습지교사·케어솔루션 매니저의 경우는 하루에 방문해야 할 건수는 정해져 있지만,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두 직종은 방문 약속이 가능한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학습지교사의 경우는 학생이 하원·하교하는 오후 3시경부터 약 밤 10시까지의 시간이다. 그러니 하루의 수업은 약 7시간 정도의 오후~늦은 저녁 시간대로 몰린다. 한 수업 당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하루에 보통 30과목을 수업한다. 그래야 월 200만 원 정도라도 소득이 보전된다. 학습지 교사들이 식사도 하지 못하고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이유다.
가정관리사 역시 4시간 서비스로 하루에 2가정을 방문할 경우,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식사 시간도 부족해 식사를 거르거나 간단히 김밥을 사 먹는 수준이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 역시 고객이 선호하는 시간대가 있지만, 그것이 오전부터 늦은 저녁을 아우르기에 결국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
김정원(케어솔루션지회장): 보통 9시가 첫 가정이다. 고객들은 이른 오전이나 퇴근 시간 이후 점검을 선호하기에 약 8시 반에서 9시에 퇴근을 하고, 한 달에 2~3번은 주말에도 점검한다. 한 달에 평균 180~200개 가정을 방문한다.
반대로 고객이 감소해 단시간 일하게 되는 경우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어 생활에 큰 어려움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인터뷰한 세 단위는 고객이 30% 정도 줄었다고 답했다.
김재순: 안산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30~40% 정도 줄어들었다. 한 가정이 보통 주 2회 이용을 한다고 하면 주당 10만 원, 한 달 40만 원의 소득이 바로 사라지는 것이다. 생계에도 문제가 상당하다.
덧붙여 정부의 특고고용안정지원금도 신청하기 어려웠는데 이유도 갖가지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에는 현재 사측에서 회원 탈퇴 처리를 해주지 않아 개인 교사들이 중단한 '유령회원'들의 수업비를 대신 납부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이 비용이 소득에 잡혀 공식적으로는 소득감소가 없었다.
LG케어솔루션의 경우 지난 3월 직수형 정수기 제품 중 하나가 결함으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는 사태가 생겼다. 회사는 이를 리콜하지 않고 매니저들이 수리하도록 했다. 정수기를 해체하는 작업이라 "온몸이 아파 끙끙 앓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지만 건당 수수료는 3천 원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추후 노조 결성의 핵심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건당 수수료 때문에 줄어든 소득이 잡히지 않아 고용지원금에서 배제되었다.
가정관리사들은 고객과 현금 지급, 계좌이체 등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소득 자체를 증빙하기 어려워 신청 수가 거의 미미했다. 정부 지원금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이미 특고라는 형태 자체가 하나의 행정적인 기준에 들어맞기 어려운데 이런 점들이 제대로 고려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김정원: 노동시간이 소득과 연결되는 점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이 상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적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기본 수수료가 상향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한편 '방문노동'의 특성상 각 노동은 모두 정해진 서비스 제공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 내에 모든 업무를 마치기는 사실상 어렵다. 특히 '방문업무'에 필요한 제반 업무들은 노동시간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특히 학습지 교사와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고객과 방문 약속을 잡거나 변경·취소하는 일을 위해 퇴근 이후나 주말에 별도로 시간을 낼 정도로 가려진 노동시간 문제가 심각하다.
오수영: 소득이 발생하는 건 수업 시간뿐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업무가 다양하다. 방문 약속 잡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물론이고, 주 1~3회 정도 아파트나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전단을 뿌리거나, 주 2~3회는 오전 10시부터 지국별 교육·미팅에 참여한다.
'산재를 산재로' 여전히 유효한 구호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산재 사고를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실질적인 비용 문제부터,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이 곧바로 소득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제대로 치료받는 시간적 자원도 부족하다.
오수영: (수업을) 죽어도 한다. 죽기 전까지. 아파서 수업을 못 하면 교재만 돌리러 다닌다. 그조차 못할 정도로 아프면 동료에게 대신 돌려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해당 수업을 그달 안에 해야 하기에 참고 나간다.
오수영 위원장은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는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습지교사의 경우 병가가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고객의 이탈로 이어지기에 실질적으로 치료를 받거나 휴업을 하는 일이 어렵다. 실제로 학습지노조의 경우 이미 산재 적용되는 직종이지만 가입률이 평균 15% 미만이다.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로는 '산재 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46%, '회사의 상해보험 가입 유도'가 32%로 나왔다.
오수영: 교사의 97%가 여성이고, 평균 나이가 47세다. 1년 미만 퇴사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실제 평균 연령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짐작한다. 무거운 가방, 반복해서 계단 오르내리기, 대부분 바닥에 앉는 데다 안 맞는 책상 크기 등으로 인한 만성 질환도 많다. 20년 넘게 일한 교사가 척추 디스크로 산재 신청을 했는데 불승인됐다. 업무상 질병의 입증이 쉽지 않다. 지금으로써는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는 시간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재순: 가정관리사의 법적 보호를 위해 4대 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산재 사고에 대한 보상 등의 문제를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산재 사고에 대한 해결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사회보험 가입 시 발생하는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해 가입하지 않는다. 왜 4대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정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한편 김정원 지회장은 이번 산재보험 확대를 우선 반기는 입장이다. 물론 특고에게만 있는 산재보험의 본인 부담분과 적용제외 신청 제도는 비판점이다. 이런 개선지점이 있지만 일차적으로 조합원들이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노조 차원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 산재 사고 역시 빈번하기에 이번 적용이 유의미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재순 협회장은 현 고용노동부·강은미 의원 발의안 외에 플랫폼/알선업체 노동자를 모두 포괄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준비 중이다. 우선 근기법·산재법·산안법상 모든 일하는 노동자가 포괄되어야 하지만, 이번 법안의 발의로 법적 보호에서 완전히 배제된 가정관리사의 처우가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오수영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특례 적용 자체를 비판했다. 올 7월부터 특고 중 일정 직종 확대가 있었고 학습지노조는 원래 산재 적용 직종이었지만, 그가 보기에는 한 직종이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학습지노조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인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주로 배치되는 일자리의 특성은 모두 유사하고 노동자들은 연령이나 다양한 요인들로 여러 일자리를 옮겨 다니기 쉽다. 그러니 이 문제를 여성 노동자 공통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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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각지대, 여성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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