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마실 학교폭력 토론연극작년에 진행한 극단 마실의 학교폭력 토론연극, 올해는 줌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손혜정
학교폭력 내용을 담은 공연을 보여준 후, 학생들과 공연 내용을 두고 토론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누가 최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서로 의견을 나눈다. '내가 등장인물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자신이 직접 연기하며 이야기 흐름을 바꾼다. 극단 마실은 "토론 연극이 학교폭력 문제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피해를 주는지, 사회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극단 마실의 손혜정 대표는 온라인 생중계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 연극을 보면 인물에 공감하기 쉬운데,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면 너무 먼 이야기가 되니까 온라인에서도 어떻게 '지금, 여기'를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게 토론을 이끌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그의 설명이다.
"오프라인에서 토론 연극을 하면 자기 의견을 말해달라고 할 때 아이들이 당황스러워 해요. 용기 있는 소수의 학생만 나서서 발표하죠. 온라인에서는 익명성을 보장해줘서 (성격이 다소) 소심한 아이, 나서길 싫어하는 아이들까지도 자기 의견을 말하도록 하려고요."
"온라인이라서 더 재밌는 연출은 뭘까"... '문화 빈곤' 처하는 아이들
비대면 수업 중 느끼는 한계 중 하나는 바로 소통이 어렵다는 데 있다. 기기나 환경의 변수에 따라 사용자 간의 인터넷 속도가 달라 실시간 수업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단체로 '박수 도미노'를 하려고 해도 각자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서 엇박자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는 "온라인이라서 더 재밌는 연출이 뭔가"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움직임을 나타낼 때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어떤 사람은 온몸이 나오게 하지만 어떤 사람은 화면에 일부러 손이나 발만 보이게 한다. 각 화면에 보이는 손, 몸통, 표정이 어우러진 영상은, 오히려 대면수업 때는 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하다.
한편, 코로나19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문화 향유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유튜브에 무료 공연이 넘쳐나지만 아이들은 더 재밌는 먹방이나 유머 영상을 보기를 원한다. 때로는 교육적인 영상을 보기를 원하는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손혜정 대표는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는 건 문화를 극히 일부만 향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공연만 보는 게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다른 사람도 구경하고, 서로 공연을 본 소감을 나누는 등의 모든 과정이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손준형 연구원도 코로나19 때문에 문화 향유 권리가 제한된 아동청소년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학생들이 만나거나 신체 활동을 하기 어렵고, 연극을 관람하거나 예술 활동에 참여하기는 더 어렵다. 유년기를 이렇게 보내는 게 과연 괜찮을까"란 지적이다. 손 연구원의 말이다.
"아동청소년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연극은 특정한 공간에서 같이 무언가 실제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거잖아요. 특히 아동청소년극엔 아이들 고민, 즉 자기를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 연극에 나오죠.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아동청소년 시기에 기억과 자원으로 남게 되잖아요. 그러한 경험의 기회나 다양성이 제한되는 게 아쉽죠."
최근 들어 몇몇 단체와 극단에서 온라인 예술교육을 시도하면서 그나마 아이들이 예술교육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온라인 연극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극놀이, 연기레슨, 교육연극 워크숍 등을 한다. 주말 프로그램, 썸머 캠프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미국 브루클린에 있는 스펠바운드 씨어터(Spellbound Theatre)는 집에서도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캣베어라는 캐릭터 인형을 통해 소개한다. 예술가들은 캣베어의 말에 따라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한 영상을 매주 새롭게 게시한다. 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집에서도 각종 연극놀이를 따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