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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신 '두꺼비 소주'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면?

[주장]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사용, 사회적 협약과 어긋나...환경 피해-소비자 부담 우려

등록 2020.09.07 11:32수정 2020.09.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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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 ⓒ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당신이 즐겨 마시던 '두꺼비 소주'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이트진로가 이형병(모양이 다른 투명색 병, 비표준용기)에 담긴 '진로이즈백' 판매를 고집하면서 끝내 '소주공병 공용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이라는 사회적 약속이 파기되었다. 2009년부터 지속되어 온 소주 공용병 시스템을 붕괴시킨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주류업계 1위 기업으로 자원의 효율적 재이용과 자원순환에 앞장서야 함에도, 합의를 깨뜨리고 정책을 후퇴시켰다.

'소주공병 공용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은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을 위해 소주병 재사용율을 높이고자 지난 2009년 소주 제조사들이 환경부와 함께 자발적으로 맺은 협약이다. 이를 통해 360mL 초록색 소주병이 공용병, 즉 '표준용기'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협약은 2019년 4월 하이트진로가 초록색 공용병이 아닌 흰색 투명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존 초록색 공용병과 달리 하이트진로가 사용한 이형병은 다른 소주회사가 공병을 수거해도 재활용할 수 없다. 8번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공용병과 달리 이형병은 제조하는 업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회수율이 높지 않아 재사용률 또한 낮다.  

시장질서 흔들다
  

8번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공용병과 달리 이형병은 제조하는 업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회수율이 높지 않아 재사용률 또한 낮다. ⓒ 환경운동연합

   
'진로이즈백'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디자인을 복원, 2019년 재출시 하면서 '뉴트로' 감성에 매료된 2030 세대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두꺼비 소주'로 불리며 2019년 4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1억 병을 판매했다. 그러나 이형병이 늘어나며 이를 선별, 회수하는 비용이 증가하자 타 제조사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가 중재에 나섰고, 결국 지난 7월 22일 소주업체 10개 사는 각자의 용기를 1대1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이형병 활성화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소주공병 공용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이 강제성을 띄지 않고, 기업 간 협의를 권장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형병의 생산을 부추기는 합의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는 공용병 사용 협약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또 다른 이형병의 개발을 부추기는 합의로 볼 수 있다. 특히 '맞교환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3일 보도된 매일경제TV의 <'진로이즈백' 고속 질주가 부른 '급브레이크 사고'... "주류업계 자율협약 무너뜨려" 환경단체 비난부터 SNS 불매운동까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측은 "올 상반기 진로이즈백 공병에 회수율은 평균 95% 이상, 재사용률은 83%로, 2017년도 환경부에서 발표한 공병 평균 회수율이 95%·재사용률이 85%인 것과 비교하면, 일반적인 공용병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주장을 하기 전에 주류 업계 1위인 만큼 시장 질서를 흔드는 게 아니라 앞장서서 공용병 사용 협약을 지켜야 한다. 공용병 재사용은 신규병 생산 비용 절감과 수거회수, 분류 등의 물류비용 절감으로 기업의 경쟁적 편익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진로이즈백을 시작으로 이후 더 많은 이형병이 유통되면 전체 소주병의 회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환경 피해와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전 세계가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책임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자사만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깨트린 하이트진로는 자원순환 위기를 심화시킨 책임이 막중하다. 
#진로이즈백 #하이트진로 #소주병 #이형병 #소주병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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