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소속팀의 가혹행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
PD수첩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그는 지도자, 무면허 팀닥터, 일부 팀 선배에게 상습폭행, 폭언, 갑질을 당했다. 체중감량,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 경기력 향상 등이 이유였다.
최 선수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경찰서, 경주시청 등에 자신의 선수 생명을 걸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결국 목숨을 던져 자신의 절규를 세상 밖으로 던져야만 했다.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입학비리, 인격모독, 차별대우 등 체육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건들이다. 마치 고이고이 간직해 대물림해야 할 문화유산처럼 끝없이 반복됐다. 체육계의 반복되는 비교육적, 반인권적 사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폐쇄적, 위계적 운동부 문화에서 비롯된 반인권적 훈련 문화이다. 밖에서는 심각한 문제 혹은 범죄 행위가 체육계 안에서는 경기력 향상, 선수 관리, 질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전부터 해왔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행하는 일반적 상황이기에 아무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운동부 문화 안에서 훈련과 폭력의 경계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피해나 부당함을 밖으로 알리기가 쉽지 않다. 상명하복의 운동부 문화에서 지도자나 선배의 말은 어길 수 없는 법과 같다. 선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지도자의 비위를 알리기 위해서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단순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선수 생활, 국가대표 직위, 그리고 생명까지 내던져야 했던 선수들이 있다.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지만 책임은 오롯이 선수 개인의 몫이다.
또 구조 개선 없이 제 식구 감싸기와 꼬리 자르기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체육계에서 반복되는 반인권적 사건은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결과물이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수라서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몰아가거나, 괘씸죄를 적용해 내부고발자로 낙인을 찍는다. 사회 문제로 확장되기라도 하면 책임자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진작 바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