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마이삭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 울릉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울릉도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도 하지 않았다.
김윤배 박사 외 울릉도 주민들
존경하는 장관님!
울릉도 태풍 피해 현장을 방문해 주시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약속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는 울릉도 주민은 아니지만 울릉도 태풍 피해 보도를 도외시한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문제를 제기해 보도 방향을 바꾸었고, 울릉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는 성명을 발표해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낸 (사)섬연구소의 활동가입니다.
울릉도를 강타해 사상 초유의 피해를 입힌 태풍이 지나갔고 국무총리님과 장관님까지 현장을 방문해 피해 복구를 약속했지만 울릉도 주민들에게는 이제 또 태풍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은 울릉도 주민과 울릉도 방문자들에게 동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혹시 그 이야기를 이번 울릉도 방문 길에 들으셨는지요?
섬사람들의 생명줄인 여객선의 결항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말 포항∼울릉 항로를 운항하던 대형 여객선 썬플라워호(2394톤, 정원 920명)가 선령 25년이 차서 운항이 중단했는데 투입되기로 약속됐던 동급의 대체 여객선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지난 5월15일부터 현재까지는 썬플라워호 대체 선박으로 소형선박인 엘도라도호(668톤, 정원 414명)가 운항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파도가 조금만 있으면 멀미 때문에 소형 선박 탑승객들은 비닐봉지와 쓰레기통을 끌어안고 토사곽란을 해가며 서너 시간 동안 배를 타고 가야 합니다. 이때는 여객선이 아니라 지옥선입니다. 그런데 지금보다 파도가 더욱 거세지는 겨울이면 어떻겠습니까. 바다를 건너다 다들 중환자가 될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형 여객선으로는 이 험한 뱃길마저 수시로 끊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겨울이면 소형 여객선이 울릉도로 갈 수 있는 날이 잘해야 한 달 1~2번에 불과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결항률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형 여객선이 다닐 때도 울릉도의 연평균 여객선 결항률은 100~120일쯤 됐습니다. 유배지도 이런 유배지가 없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감옥보다 더한 감옥살이를 했던 것입니다. 육지라면 폭동이라도 났을 테지만 울릉도 주민들은 묵묵히 참고 살아왔습니다.
대형 여객선 썬플라워호 퇴역 후 새롭게 취항할 대형 여객선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저해운이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새로 취항할 대저해운의 2125톤급 쌍동형 선박은 새로 건조해야 하는 까닭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 여객선은 2021년 8월쯤에나 취항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포항 해수청은 대형여객선 취항 시까지 대체여객선으로 (주)대저해운의 소형 선박 엘도라도호(668톤)에 대한 운항을 인가했습니다. 포항 해수청은 인가하면서 '5개월 이내에 썬플라워호(2394톤)와 동급 또는 울릉주민 다수가 동의하는 대형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당초부터 소형인 엘도라도호의 대체 선박 투입을 반대했습니다. 잦은 결항과 택배, 생필품 등의 공급 난항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포항 해수청이 엘도라도호 취항 5개월 이내에 썬플라워호와 동급이나 대형선으로 교체한다는 인가조건을 달자 주민들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썬플라워호가 운항할 때는 매일 택배, 우편, 신선식품들이 오갔지만 지금은 매주 2차례만 화물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기상악화 시에는 7~10일씩이나 걸려 물건을 보내고 받을 수 있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민은 육지에서 보낸 복숭아 택배를 기상 악화로 열흘 만에 겨우 받았는데 복숭아가 모두 다 썩어 있었다고도 합니다.
여객선은 목숨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