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문고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2019년 11월, 어린이 어른 구별하지 않고 100명이 모여서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를 했다.
배지영
나는 사람들이 서점을 재미있는 곳으로 여기길 바랐다. 어린이들이 1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 1시간의 시급을 주는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를 열었다. 팬티에 똥꼬가 끼어서 간질간질해도,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지 않고 성공(?)한 독서는 특별한 무용담이었다. 시민들도 체면을 차리지 않고 졸랐다. "어른들도 엉덩이로 책 읽기 하고 싶어요!" 2019년 11월 네 번째로 열린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에서는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하지 않고 100명이 해봤다.
꼭 만나고 싶었던 작가들을 섭외할 때는 사람들과 미리 책을 읽으면서 찍은 '떼샷' 사진을 보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에세이 쓰기 수업을 열었다. 읽고 쓰는 사람들의 고민상담소, 200자 백일장, 디제이가 있는 서점, 북 캠프, 라면 먹고 갈래요?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박 2일 일정으로 뭍에 나와야 하는 어청도 분교 초등학생들이 작가를 처음 만난 곳도 한길문고였다. 내가 쓴 <소년의 레시피>를 읽은 중학생들은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라는 자세로 서점에 왔다. 오래 전에 작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 독서가인 청소년이, 좋아한다는 말을 책으로 대신하고 싶은 젊은이가 상주작가를 찾았다. 한길문고에 작가가 있다는 소식은 이 도시 곳곳에 퍼졌다.
동네서점에서 기획한 작가 강연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을 움직인 서울시민 권나윤씨는 벚꽃 피려면 아직 먼 2019년 11월에 군산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그녀는 <여행기 아니고 생활기예요>라는 책을 써서 출간작가가 되었다. 우연히 공항에서 <소년의 레시피>를 구입해 읽게 된 도쿄 시민 기쿠치 미유키씨는 한길문고까지 찾아와서 책을 샀다. 군산여행 코스에 한길문고를 넣는 사람들도 생겼다.
어린이부터 칠십 대까지의 독자들이 동네서점에서 보낸 특별한 시간을, 나는 '상주작가의 서점에세이'로 기록했다.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 액션이나 스릴, 로맨스도 없는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겠나. 그래도 나한테는 소중했다. '읽는 나'와 '쓰는 나'를 발견한 사람들이 한길문고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니까.
동네서점 주변 사람들이 성장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