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천장 아래 놓인 TV
양지선
"여기 앉아." 아저씨가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셨다. 나는 백팩을 맨 채로 앉았다. TV에 웬 개구리가 나오고 있었다. "저 프로그램 이름 뭐예요?" 아저씨가 눈을 찡그리더니 프로그램명을 읽어주셨다. "파, 타, 파타고니아." 아주머니가 옆에서 말을 보태셨다. "우리는 다큐 좋아해. 이런 거 잘 봐."
여태까지 나온 다큐멘터리는 다 봤다고 하셨다. 목소리에서 취향을 일관되게 지켜온 사람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지난번에는 야구였는데, 이번에는 동물 다큐멘터리다. 방문할 때마다 아저씨, 아주머니의 TV 채널 취향을 알게 된다. 아주머니는 지난번 다큐멘터리가 재밌었다며 얘기를 꺼내셨다.
"쩌번에는 치타 사만다 이야기를 봤는데. 내가 사만다한테 너무 감정 이입해서 운 거야. 너무 불쌍하더라고. 정글에서 혼자 새끼를 3마리 키우는데."
마침 아주머니 아들딸도 세 명이다.
"처음에 애기 낳았을 때는 다 죽어버린 거야. 새끼를 숨겨놓고 사냥을 나갔어야 하는데, 처음 낳은 거라 그걸 모르고. 그래서 하이에나들이 새끼를 다 잡아먹었는데."
동시에 닭튀김 상태를 살피는 아주머니. 집게를 내려놓고 몸을 돌린다.
"하이에나들은 너무 나빠. 걔네는 자기가 사냥 안 하고 그렇게 남의 새끼 훔쳐먹고. 뭐 그런 애들이 다 있어?"
사만다가 새끼를 뺏긴 이야기는 슬펐지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웃었다. 이유는 사만다 대신 열심히 화를 낸 아주머니가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사자도 하이에나를 싫어한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자 옆집 이웃처럼 얘기하시네요." "아니, 다큐멘터리 봤으니까." 옆에서 아저씨가 거들었다. 아저씨는 충청도 사람이다. "하이에나가, 턱이 단단해서, 한번 물면 놔-주지를 않는대. 그래서, 사-자도, 하이에나가 무리 지어 있으면, 사-냥을 못 한다 그러더라고."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잖아. 괜히 쫓아내려고 했다가 물리는 것보단, 그냥 먹이 내주는 게 낫-잖아. 상처라도 나면 어떡해. 드-러워서 피하는 거지."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보며 웃었다. 아주머니는 말했다.
"사자 무리 근처에는 꼭 하이에나 무리가 있대. 자기들이 사냥은 안 하고 그렇게 남이 먹다 남은 고기를 먹는 거야. 어휴. 난 너무 싫어. 사람이 그런다고 생각해봐."
"다음에는 저번처럼 빈 그릇 갖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