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하장 지킴이 A씨가 주민들에게 분리배출을 잘 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해 써 붙여 놓은 문구
한림미디어랩 The H
춘천시 교동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이아무개(22)씨는 "본가와 춘천의 분리수거 방법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며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집하장 지킴이분들이 알려주셨는데, 정확히 기억하기가 힘드니 쓰레기 집하장 앞에라도 쓰레기 분리수거 설명문을 제대로 작성해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하장 앞에는 분리수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지 않다. 현수막에 간단한 설명이 붙어있지만, 이마저도 오래돼 글씨가 지워져 있는 상태다.
분리수거 함이 따로 마련돼 있는 아파트와 달리, 자취방이 많은 대학가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일일이 구분해 버려야 한다. 이들 대학생의 자취방들이 밀집한 주택가에 특히 정확한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의 게시, 홍보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집하장 지킴이 A씨도 "지킴이로 일하기 전, 시청에서 분리수거 교육을 받는다"며 "그때 나눠주는 안내문을 시민들에게도 배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킴이들이 쓰레기 분류 작업을 하며 애를 먹는 것은 음식물이 남아 있는 플라스틱 용기의 처리뿐만이 아니다. 배달 박스에 붙어있는 테이프나 택배 운송장의 처리도 골치다. 이런 박스를 볼 때마다 지킴이들은 직접 장갑을 벗고, 테이프와 운송장을 제거해야 한다. 지킴이 신씨는 "밖에서 언 손으로 테이프를 떼려면 힘이 많이 든다"며 "운송장의 경우엔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도 있기 때문에 꼭 제거하고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또 생활폐기물 중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기 어려운 대형 폐기물 쓰레기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지킴이들이 애를 먹는 경우다. 대형 폐기물을 버릴 때는 주민센터 등에서 스티커를 구매해, 붙인 뒤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쓰레기를 불법으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킴이 A씨는 "전에 누군가 쓰레기장에 나무 책상을 버려뒀는데, 스티커 없이 버려져 있었다"며 "그럴 경우 처치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대로 집하장에 둘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수거 차량이 쓰레기를 실어 가긴 했지만, 엄연한 불법행위다.
집하장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CCTV를 일일이 확인해 잘못 버리는 주민들을 가려내고 추적하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킴이들은 분리수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강화와 분리수거 시스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자리 제공도 좋지만, 제대로 된 근무 환경 조성해야
이 분리수거 시스템의 개선에는 지킴이들의 작업 환경 개선도 포함된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집하장 지킴이의 노동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일찍 일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오후 5시 30분에 출근하던 것을 오후 4시 정도로 바꾸는 것이다. 집하장 지킴이 A씨는 "1시간만 빨리 나와서 일해도 추운 게 덜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집하장 지킴이 사업은 춘천시의 노인공공일자리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며,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수준의 근무 환경을 조성, 유지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지역 환경 개선과 주민 복지의 두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과 시 차원의 근무 환경 및 분리수거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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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보다 힘든 건..." 쓰레기 집하장 지킴이의 간절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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