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CC 경기보조원 분회노조 탄압으로 해고된 88CC 간부들이 10년 투쟁 끝에 복직하고 복직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여성노조의 1호 분회는 88CC(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캐디) 분회다. 나 위원장은 노조를 찾아온 경기보조원 노동자를 보고 "이런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1999년 8월에 노조 창립 후 2개월이 채 안 됐을 때 88CC 경기보조원 분회가 결성됐으니, 경기보조원 노동자는 노조가 창립되자마자 찾아온 것이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택배 노동자처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그래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어도 노동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최근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처럼 말이다. 여성노조는 창립 후 이런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가장 첫 번째로 내세웠다.
"당시 여성노조 찾아온 경기보조원 노동자들 말을 들어보니, 정년이 43세래요. 적어도 너무 적잖아요. 근데 다른 부서의 직원 정년은 55세예요. 전부 여성인 경기보조원만 43세예요. 회사가 그랬대요. '여성이 꽃같이 야들야들해야 골프장 오는 사람들이 좋아할 거 아니냐'고.
그리고 골프공이 진짜 위험해요.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뚫을 수 있는 정도래요.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런데 경기보조원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 산재보험, 고용보험 다 안 돼요. 휴가도 없고 퇴직금도 없어요. 그래서 당시에 '성차별에 따른 조기 정년 문제 해결해야 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했어요."
여성노조는 2000년에 경기보조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걸 증명하는 행정해석을 끌어냈다.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노조 탄압이 심해져 노조 간부가 부당해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들 또한 2018년에 복직됐다.
88CC 경기보조원 분회가 설립된 이후 간접고용으로 고통받는 청소 노동자, 연속 근로가 안 되는 학교 급식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여성노조를 찾았다. 전통적인 기업 정규직 노조가 아니라 법을 교묘히 피해가고 심지어 법 적용조차 되지 않는 새로운 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여성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플랫폼 노동에 돌봄 문제까지, 여성노조의 '다양한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