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왕과 신하가 토론할때 자유롭게 이야기 하라는 의미의 나무
이숙자
창덕궁에 들어서자 마자 맨 먼저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회화나무 두 그루가 있다. 예전 왕과 신하가 토론하며, 신하들도 임금님 앞에서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를 가진 나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뭇가지들이 자유롭게 구불구불 뻗어 있어 재미있게 보였다.
예전에는 나무 한 그루에도 의미를 부여했다니 흥미로운 일이다. 문화해설사 부회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모든 사물을 바라보니, 의미가 있어 좋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보전된 금천교, 창덕궁의 돌다리는 그 아래 비단 같이 물이 흐른다 하여 붙여진 다리 이름이다. 아름다운 난간석과 벽사의 의미를 지닌 해태와 거북상도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창덕궁을 옆으로 끼고 우리는 만추를 만나기 위해 창경궁 안으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늦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곱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이 너무 아름답다. 일찍이 궁궐에서 이토록 예쁜 가을을 만난 적이 있던가. 기억이 없다.
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천천히 걷는다.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단풍길을 걷는 운치를 한껏 누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가을과 고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린다. 멋진 만추를 가슴 가득 담고서.
단풍이 사이로 보이는 여러 궁궐과 단풍 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어 정말 예쁘다는 감탄사만 연발하며 걷는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모아진 해시계인 앙부일구의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연못인 춘당지를 천천히 돌아 궁궐의 단풍을 감상한다. 여행을 멀리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우리 곁에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어 참 복이 많은 국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