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 김유정 조사1 과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경위 및 제품공급 과정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애경산업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라벨에 ‘인체 에 흡수되더라도 전혀 해가 없다’는 문구로 허위광고를 통해 출시됐다며 지적하고 있다.
유성호
가습기살균제가 어떻게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판매됐는지도 설명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의 '가습기 메이트'이다. 유공 내 사내 벤처 형식으로 조직된 유공 바이오텍사업부라는 곳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당시 제품에 사용한 물질은 우리가 흔히 샴푸 등에 보존제로 사용하는 CMIT·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가 함유된 KAthon CG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개발했던 유공 바이오텍사업부 연구팀에서도 '인간에게 직접 접촉을 유발하는 이 제품을 상품화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6개월 흡입 노출 시험을 의뢰,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1995년 7월 유공 바이오텍 사업에 전달됐다. 보고서는 CMIT·MIT을 흡입한 쥐에게서 '백혈구 수 감소라는 경향성을 보이니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보고되기 전인 1994년 11월 16일 유공의 가습기메이트 출시를 알리는 기사가 <매일경제>와 <조선일보>에 게재됐다. 또한, 유공은 보고서를 받은 후 추가 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제품이 판매를 중단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후 1994~1997년까지 옥시와 LG생활건강, 애견산업 등이 유공 가습기메이트를 벤치마킹해 살생 성분 등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결정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어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김유정 조사1과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참사"라고 평가하며, 가습기살균제 출시 기업들의 제품 개발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 과장은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가 가지는 의미는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출시가 동종업계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유공을 시작으로 이후 1996년에는 옥시에서, 1997년에는 LG생활건겅과 애경산업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가습기살균제라는 영역의 한 시장이 형성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공 가습기메이트가 제시했던 사용 방법인 물에 직접 가습기살균제를 넣어서 가습기를 가동하라는 방법 이후 출시된 모든 상품에도 적용되었다"라며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흡입되어 건강피해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관리·감독했다면, 참사 일어나지 않았을 것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과 일부 가습기살균제 제조기업들은 제품이 개발될 당시 과학기술로는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알지 못했다는 이른바 '과학적 불가지론'을 주장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사참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환경부가 이미 만들어져 있던 가이드라인(흡입독성시험 기준)을 정확히 지키도록 관리·감독하고, 기업들도 잘 따랐다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쓴소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