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 더는 타인의 고통 아냐"

[인터뷰] 무연고자 장례 돕는 '나눔과 나눔' 박진옥 이사

등록 2020.11.30 14:18수정 2020.11.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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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해체되어 감에 따라 무연고 사망이나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536명으로, 이는 2016년에 비해 40% 정도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마무리되는 것일까. 여기 무연고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

지난 11월 12일 마포구에 위치한 나눔과 나눔 사무실에서 박진옥 상임이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이웃의 죽음에 대해 들을 기회가 많이 없어 인터뷰에 응했다는 그는 10년 넘게 나눔과 나눔이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나눔과 나눔은 무연고자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장례 상담 및 지원, 정책 제안 활동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은 2011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 지원으로 시작되었다. 활동 범위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장례에서 수급자 장례, 무연고 장례, 가족 대신 장례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현장의 필요 때문이라고 한다.

"활동을 하다 보니까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은 거예요. 왜 이런 거지?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거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눔과 나눔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진옥 이사 ⓒ 김채연

   
가족이 없다는 말
 

무연고자는 단순히 주변에 연고자가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가족이 존재함에도 가족이 없다고 표현하거나 위임장을 작성해 국가에 장례를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형제분들이 전화를 해와요. 근데 뭐라고 하냐면 가족이 없다고 해요."

'직계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냐'는 물음에 얕은 한숨과 함께 그렇다고 답한 그는 그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며 빈곤한 사람들에게 가족 관계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의 관계가 '돈'이라는 걸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 아닐까 해요."


그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해체되어가는 가족의 모습도 이해는 된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사람의 이기심이 아닌 사회가 이기적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눔과 나눔 사무실에 적혀 있는 2020년 무연고 사망자들의 이름 ⓒ 김채연

   
장례는 죽은 사람만을 위한 것 아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가 가장 걱정을 내비친 부분은 단순히 무연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무연고로 만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무연고가 2500명이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무연고로 만든 이들이 2000명이 넘는다는 거예요."
  
그는 가족이나 지인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보내는 과정에서, 고인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에 대해 자책이 뒤섞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은 사회의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사회보장 제도 중 하나로 장례가 자리 잡는 것이라 답했다. 사회 시스템적으로 누구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살아있는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을 잘 떠나보내는 것과 동시에 예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날 그냥 갖다 버리지 않는다는 연대와 약속.'

그는 장례 지원이 가족이나 지인을 잘 떠나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연고자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옥 이사가 말하는 인기척

제도화된 장례 외에도 사회적 변화를 위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묻자 그는 "내가 혼자가 아니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내는 것"이라 말했다. 이후 그는 나눔과 나눔에 자원 활동을 하러 온 이탈리아 유학생이 무연고 사망을 한국에서 처음 접했다고 이야기하며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커뮤니티의 힘을 이야기했다.

"두 번, 세 번 만나면 눈인사 한번 하고 또 그 뒤에 두세 번 더 만나면 안녕하냐 인사 한마디하고 또 만나면 같이 뭘 좀 나누어 먹고 이거라는 거죠."

그는 무연고 장례를 지속할 힘과 원동력 역시도 '인기척'에서 찾았다. 매일같이 죽음을 곁에서 보는 게 가능한 이유는 곁에 있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과 경험한 것을 나누고 슬픔을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죽음을 겪으면서 갖게 되는 감정들을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나눔과 나눔 속 자원 활동자들이나 답 메일, 후원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인기척을 내는 사람들을 통해 활동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박진옥 이사가 경험한 인기척 한 노인 경비원이 보낸 후원서 ⓒ 김채연

 
"무연고 장례가 힘들지 않을 수 있는 게 뭐냐면 새로운 관계와 만남의 공간이에요. 연고가 없던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서 한국 사회에 남기는 건요 새로운 관계를 만들도록 하는 거예요."

나눔과 나눔을 통해 인기척을 주고받고 있는 박진옥 이사에게 나눔과 나눔에서의 활동이 어떤 식으로 기억되길 바라냐고 묻자 고민하던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장례 지원을 통해서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이 사회에 내고 있었던 단체였고 이제는 없어도 되는 그런 단체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도의 마련으로 무연고 사망이 더는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는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 옛날의 기생충 박멸협회처럼 단체의 소멸을 바랐다.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 사실은 나의 문제이고 이웃의 문제인 거죠."

그는 형편 때문에 아버지의 장례를 포기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는 40대 아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무연고 사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 '타인의 고통쯤'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죽음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재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죽음은 사회적 의제이자 일상의 문제로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 나눔과 나눔의 활동을 통해 박진옥 이사가 말하고 싶은 '인기척'은 결국 연대의 힘일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나눔이 그러하듯 주변 사람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내는 것 아닐까.  
#무연고자 #장례지원 #나눔과나눔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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