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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 왔는데 한국인 친구 없어요"... 겉도는 외국인 유학생

언어장벽으로 인한 '유학생 게토' 현상... 대학 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해야

등록 2020.12.01 17:16수정 2020.1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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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여 다양한 외국인 유학생 친구를 사귀고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는 글로벌한 대학 생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로망이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학교에 입학하여 정신없이 학과 생활을 하다 보면, 유학생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한국인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끼리, 유학생은 유학생들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다수의 한국인 학생과 떨어져 뭉치게 되는 '유학생 게토(Ghetto)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개개의 학생들이 국적이 다른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들의 공통분모인 '대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 유치하겠다는 교육부
  
2015년, 정부가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국내 고등교육 기관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적극 장려해왔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대학의 국외 한국인/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은 다음과 같다. 
  
 국외 한국인/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대한 그래프

국외 한국인/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대한 그래프 ⓒ 통계청 e-나라지표 '유학생 현황'

  
위 그래프를 보면, 국외 한국인 유학생은 대체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것에 반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국내 유학생 증가 추세는 외국인들의 국내 유학 목적 다양화와 교육청이 대학 평가에 국제화 부문을 추가하였다는 점, 국내 학령인구의 감소로 입학 자금 확보를 위해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대학의 태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처럼 국내로 유입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한국 대학의 '글로벌화' 진전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지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장벽에서 시작된 유학생들의 대학 부적응  
 
 외국인 유학생들이 어학당에서 진행한 학기 중 문화활동

외국인 유학생들이 어학당에서 진행한 학기 중 문화활동 ⓒ 장희주

     
한국 대학 생활의 적응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중심 요인은 바로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다. 2015년 교육청이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듬해인 2016년 유학생 입학 최소 기준을 토픽(TOPIK) 한국어능력시험 3급에서 2급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2급은 가장 '기본적인 언어 구사' 능력 정도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인식한 몇몇 국내 대학이 입학 기준과 졸업 기준으로 각각 토픽 3급과 4급을 제시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은 어학당과 같은 학교 부속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평균 1년 이상의 학습 기간을 갖고, 대부분 3·4급의 토픽 성적을 갖춘 채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급이나 4급과 같이 중급 정도의 한국어 능력으로도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2014년 발표된 '대학 수학을 위한 희망 토픽 수준조사'(유백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기초교양과목 개설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실생활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 수준의 수업을 수강하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급에 해당하는 토픽 5급 이상의 수준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대다수는 5급 이상을 취득하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애매한 한국어 능력은 복잡한 언어 사용을 요구하는 전공 공부를 하는 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지난 11월 20일, 기자가 학교 내 유학생들에게 '대학 생활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묻자 대부분이 "대학 수업 이해의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토픽 고급 자격증(5·6급)을 취득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해결책일까? 대학 수업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해봤을 때, 유학생들이 짧은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습득한 한국어가 대학 강의 수업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든다.

대학 입학 전 배우는 한국어는 일상 회화와 같이 일반 목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전문적인 과업을 수행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학생들에게 토픽과 다른 성격의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지만, 특수 목적의 언어 학습을 위한 정식적인 교육 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유학생들의 전공 수업 이해와 관련하여 한국어 능력의 부족은 '쓰기'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어 쓰기는 과제나 시험 답안지 작성과 같이 학업 능력 평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높은 단계의 한국어 사용을 요구한다.

유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많은 대학에서 쓰기 과정을 다룬 다양한 교양 글쓰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쓰기 관련 교과목은 교양인 경우가 많아 수강 여부가 유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 쓰기 능력 향상은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학습 분야인 것에 반해 개설된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등이 여전히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유학생과의 팀플은 솔직히 좀 꺼려지죠"
 

유학생들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은 수업을 듣고, 말하고 쓰는 과제 수행뿐 아니라 소위 팀플(대학 내 팀프로젝트 과제)과 같이 한국인 학생과의 협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취재를 위해 만난 베트남에서 온 P(21)씨는 본격적인 팀플 시작 전 외국인 유학생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한국인 학생들이 유학생과 함께 과제를 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이유'에 대한 한국인 학생들의 인터뷰를 보고 겁을 먹어서 다가가기가 더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인 학생들의 인터뷰가 대변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과제를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인 학생이 부담감을 느낀다.

이에 대해 강운선 대구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국내 한국인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료로 인식하기보다는, 부담을 갖고 챙겨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지가 답답한 것은 외국인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학생들의 도움 아래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언어 능력 부족으로 이러한 의지조차 원만한 소통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앞서 베트남 유학생의 사례와 같이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가진 편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장 비참한 사실은 타국 학생들로부터 부정적으로 고정돼버린 자신들의 이미지를 스스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의 관계가 어색함을 넘어 불편함까지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2015년 교육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 이후 다수 대학의 행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 대학들이 대학 평가 항목에 있는 국제화 부문을 충족시키고 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부족해진 입학 자금을 외부로부터 확보하기 위해서, 타당한 수학 능력을 검증하기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최소한의 언어 능력만 갖추면 외국인 유학생을 제한 없이 받아들였다.
  
또한 현재 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과목들은 대학 수업 이해를 위해 필수적임에도 강제성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관리의 한계와 실질적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학의 지원체계 부족과 후속 서비스 미흡이 한국인 교수와 외국인 유학생, 한국인 대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 하는 상황이다.

결국 외국인 유학생들은 유학 생활 중 겪는 소외와 차별, 학업 장애 그리고 학업 중도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토픽 시험 부분 중 가장 어려운 '쓰기' 과정을 학습하는 외국인 유학생

토픽 시험 부분 중 가장 어려운 '쓰기' 과정을 학습하는 외국인 유학생 ⓒ 장희주

     
올해 부산대학교에 입학한 중국에서 온 S(21)씨는 토픽 6급을 취득하였고, 일상적인 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전공 수업 이해도에 대한 질문에 "막상 학교에 입학하여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 교수자의 설명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결국 수업과 함께 제공된 PPT 자료를 보고 번역기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전공 수업의 경우 전문 분야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성격이 다른 '특수목적의 한국어'로 분리된다. 이러한 특수목적 한국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아 입에 잘 붙지 않아 어렵고 생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 이수에 필요한 기초소양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강력한 학사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다. 이에 전공 수업 전 들어야 할 선수 과목을 지정 개설하고, 현재 교양필수 교과목과 같이 전공 수업 전 반드시 듣도록 강제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 문화 이해에 대한 교육 이전에 시급한 문제인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집중 교육하는 강의의 개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이수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인 '레포트 작성', '발표와 토론', '팀 프로젝트 과제'인 점을 고려하여 '전공기초용어와 관련 배경지식의 이해', '한국어 읽고 쓰기', '학문적 한국어를 사용하는 레포트 작성법' 등 유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과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학사체계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시기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 과정에서 고등학교 내신, 수능 백분위, 생활기록부, 면접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조건은 토픽 시험 자격증이 주를 이루며 상대적으로 고려사항이 적다.

이는 국내 대학의 과열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으로 유학생들의 경우 학업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도 입학 허가를 받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학업 준비도는 낮은 학업 성취도라는 결과를 낳는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입시 시스템과 같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와 같이 한국어 능력 시험 급수로 입학을 결정짓는 선발 기준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선발 기준의 구체화가 유학생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는 감정적인 판단은 접어두어야 한다. 국내 대학의 건강한 국제화와 졸업 후 유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이와 같은 반향은 불가피하다.

대학은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과 같이 제대로 된 학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입학 단계부터 전공적합도나 적성 테스트, 전공 선택 동기 등에 대한 심층 면접 등으로 선발 단계를 세분화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건강한 캠퍼스 국제화를 향한 걸음
    
 유학생들이 어학당에서 실시한 한국어 캘라그라피 활동

유학생들이 어학당에서 실시한 한국어 캘라그라피 활동 ⓒ 장희주

    
국내 대학의 치열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인 학생들은 '제노포비아(Xenophobia)'와 같은 외국인 공포증을,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생활 적응에 실패하고 학업 중도 포기 과정에서 반한감정까지 조성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대학의 행보는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건강한 캠퍼스 국제화를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 대학들이 돈만 주면 졸업장을 주는 '도피 유학'의 성지로 전락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속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확대를 위해 대학이 가져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우선 현재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 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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