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쿨한 한문학자 김재욱.
김재욱 제공
'한문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하면 길게 기른 수염에 하얀색 모시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은 노인이 떠오른다. 더불어 '서당'과 '훈장'이란 단어가 눈앞으로 스쳐 지나간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이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고려대 한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재욱 강사는 글에서 보이는 감각과 말에서 느껴지는 센스가 재기발랄한 20대 청년 같다. 에너지가 넘치고 자유분방하며, 심지어 모던하다. 그에겐 대중의 선입견을 전복시키는 힘이 있다.
바로 그 자유로운 에너지와 모던한 힘으로 김재욱씨는 현재까지 적지 않은 책을 썼고, 페이스북과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인터넷 세상을 종횡무진 중이다. 물론 본업이라 할 강의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몇 해 전엔 중국 고전 <삼국지> 속 등장인물과 21세기 한국의 정치인·언론인·작가 등을 매치해 분석한 글을 페이스북에 연재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는 <삼국지 인물전>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거침없는 태도와 명쾌한 논리, 여기에 위트가 담긴 김재욱씨의 글과 말은 적지 않은 독자와 네티즌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겸양하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낮출 줄 안다. 인터뷰가 내내 이것이 '통념을 깨는 한문학자' 김재욱의 매력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아래는 최근 그가 들려준 삶과 일, 기억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스트레스 풀려고 쓴 글이 파장 일으킬 줄은
- 고향과 현재 하는 일은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서울로 이사했다. 부모님 고향은 봉화다.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강사고, 강의가 없을 땐 글을 쓰고, 인문학 강연을 다니고 있다."
- 어릴 때부터 한문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
"네 살 때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운 기억이 있다. 아버지도 <명심보감>를 가르쳤다. 그러나 한문에 별 관심이 없었고, 한문학과 진학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대입 시험 점수를 맞추다보니 한문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 유년과 청년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는지.
"중고교 시절은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땐 성적이 바닥이었고,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다만 글을 잘 쓰고 싶어 문예부에서 열심히 활동한 기억은 있다. 대학에선 노래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생자치기구와 학생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좀 바꿔보고 싶었다. 그런데 성격은 잘 안 바뀌더라."
- 당신이 생각하는 한문과 고전의 매력은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한문 공부를 시작한 건 스물다섯 살 때다. 한문학과를 나왔으니 최소한 <논어> <맹자>는 알아야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개설한 <논어>와 <맹자>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그게 재미가 있었다.
그때 불이 붙어 이쪽으로 진로를 잡게 됐다. '한문'을 고리타분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측면에선 현대의 글과 비교해도 센스 면에서 더 나은 글도 많다. 한문 고전 안에서 삶의 지혜나 교훈을 찾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글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