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이상옥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가
소행성 토양 시료를 채집하는 소리라도 들은 것이냐
- 이상옥 디카시 <동물적 감각>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은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마냥 자유롭지 못한 점이다. 어쩔 수 없이 본의 아니게 고향 마을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산책과 집필과 유튜브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 자주 가는 곳 중 하나가 마을 앞의 하천이다. 겨울 건기라 하천 갈대밭으로 걸어 들어가 볼 수가 있다. 여름에는 무성한 잡풀들이 우거지고 또한 물이 많이 흘러 하천 바닥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겨울 건기가 되니 물도 잦아들고 잡풀들도 다 시들어버리고 갈대 군락만이 남아 있어 직접 바닥을 걸어볼 수 있다.
억새인지 갈대인지 분명하게 구별하기도 좀 힘들다. 생긴 모양도 그렇고 꽃이 피고 지는 계절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억새와 갈대의 가장 쉬운 구별법은 억새는 산이나 비탈에 자생하고 갈대는 물가에 군락을 이룬다고 한다. 고향 마을 하천 둑에는 억새도 있겠지만 하천 바닥에서 자라는 것들은 갈대가 맞는 것 같다.
어제 오늘 계속 하천의 갈대숲을 걸어봤다. 바닥의 흙들이 일반 뭍의 흙과는 달리 갈대 뿌리들이 얽혀서 밟는 느낌이 특별했다. 갈대숲이 우거져 있고 웅덩이처럼 고인 물, 또 흐르는 물도 있으니 먹이도 풍부하고 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라 물새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천 갈대숲을 조심스럽게 거닐어 보면서 우주적 사유에 잠겨보는 것도 코로나19 때문인가. 코로나19는 광대한 우주 어디에서 지구로 점령군처럼 침범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