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옛 영화잭 니콜슨을 그냥 좋아하게 된 영화들.
남희한
아내가 보지 못했다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보며 자연스레 손을 잡았고, <굿 윌 헌팅>은 각자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지금의 행복을 일깨우게 했다. 낯간지러운 말로 적긴 했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영화 탓이다. 좋은 영화는 그런 감성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연말 분위기에 편승해 일주일에 영화 한 편씩을 보던 우리는 <버킷 리스트>를 시작으로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됐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모두 명작이다. 비록 오래되어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그 예스러운 분위기가 영화 감상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오히려 감성을 더 자극했다. 마치 지직거리는 LP판으로 음악을 듣는 듯한 멋스러움이 있었다.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성공한 작가나 사업가로 등장한다. 부유하면서 괴팍한 이미지가 뭔가 외모와 딱 들어맞는다. 그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극중 인물이 마치 한 인물인양 생각되어 다른 영화를 보고 있음에도 시리즈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세 영화에는 남자 주인공이 같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고집스러우리만치 요지부동이던 주인공이 자신의 세계를 어렵게 변화시켜 간다는 스토리가 그것이다. 돈과 쾌락만 추구하던 기업가가 사람과 의미란 범주에 발을 디디고, 심한 강박증을 가진 안하무인 작가는 타인과 얽혀버린 삶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관객의 눈에는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이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 변화를 애써 무시하거나 눈치 채지 못한다. 우리에겐 미소 짓게 만드는 미묘한 변화들이 주인공에겐 영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껄끄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변화를 스스로 만끽하는 순간, 어느새 영화는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그리고 그 훈훈함은 잘 정돈되어 내 마음에 자리한다.
영화의 따뜻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