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의 저자인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
김진석
-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이 책을 펴내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은?
"식당이나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들은 사실 외로워요. 친한 친구를 만나도 관심사가 다르니까 말이 잘 통하지도 않고요. 외롭다는 얘기는 심심하다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가는 이 방향이 맞는지 누굴 붙잡고 시시콜콜하게 다 물어볼 수 없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베스트셀러에 담긴, 세계적인 기업의 성공스토리나 혁신 벤처기업 이야기는 작은 가게에 적용하기 어렵잖아요.
제 자신이 먼 길을 돌아 지금 이곳에 온 것처럼 '마음이 바로 서야 좋은 태도와 자세가 흘러나오고, 그 태도와 자세가 가게 곳곳에 내려앉아 손님에게 가서 닿는 순간, 결국 울림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울림이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들고 입소문을 낼 수 있는 동력이라고 믿거든요. 그래야 (내 가게가) 손님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예요. 성공한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마음을 다하라', '진심을 다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감이 오지 않거든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께 이 책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만 알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임으로써 나눌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개인이 지닌 이익이나 혜택을 사회에 돌려드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책을 사서 볼 때 늘 감사하거든요. 사실 저희가 혹시 초심을 잃고 흔들릴까봐 항상 옆에 두고 보려고 했던 목적도 있습니다."
- 고기리막국수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막 만든 음식을 싸게 팔기는 쉽습니다. 정성을 다한 음식을 비싸게 파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희 국숫집은 막 만들지 않은 음식을 비싸게 팔지 않음으로써 손님에게 좋은 기분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막국수를 막 만들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손님들이 막, 아무렇게나 편하게 드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요."
- 고기리막국수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인가요.
"막국수라는 메뉴를 판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파스타도 있고, 스테이크도 있는데... 막국수라는 음식이 사람들 머릿속에는 낮은 곳에 있었거든요. 막국숫집을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기리막국수는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음식을 선택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찾았습니다.
남편이 막국수를 좋아합니다. 먹기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게 지금까지 온 거지요. 남편과는 달리 저는 막국수의 '막'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막말, 막노동처럼 단어 앞에 '막'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속된 말이 되거나 허드렛일이 돼버리니까요. 이렇듯 '막'은 '거친, 품질이 낮은, 닥치는대로 하는, 함부로' 등의 의미로 뒷 단어의 가치를 깎아내립니다.
'막국수'라는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밀 속살만으로 만든 냉면과 구별 지어 '막국수'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의 유래는 분분하지만, 메밀의 겉껍질까지 함께 '막' 갈아서 만들었다는 재료의 특성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갓 내려서 금방 빻아 막국수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 안에 감춰둔 선입견을 털어내게 해준 건 남편이었습니다. 온종일 음식을 만들다가 밤이 돼 손님이 다 가고 나면 아침에 빳빳했던 남편의 조리복은 물기에 젖어 무거워집니다. 남편의 막국수는 맛도 모양도 거칠거나 조악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막국수를 막 만드는 법이 없었습니다. 이런 남편을 보면 막국수라는 이름과 달리 잘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느껴집니다.
그 전에는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정의가 중요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막국수를 숨기고, 막국수 파는 저를 숨겼습니다. 우리의 막국수를 막 만들지 않은 막국수로 재정의하고 나자, 놀랍게도 우리만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중요한 건 다른 집과의 경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정의 내린 대로 만드는 게 더 가치있고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초창기엔 장사가 안돼 떡국도 끓이고, 문어도 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