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 '김염'의 전성기 시절 모습과 그의 아내 '친이'의 노년 모습
ⓒ대구미술관
이 그림은 뒤통수 찌릿하게도 진실과 허구,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 작품이다. 가상 인물 조덕현이 만났다는 '김염'은 반대로 실존 인물로서, 그 당시 상하이 영화계에서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쟁쟁한 한국계 배우였다.
독립운동가 아버지 '김필순'을 둔 김염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항일 민족사관을 가진 영화에만 출연했고 독립운동가들을 경제적으로 후원했다. 작품의 한가운데에 있는 건물 테라스엔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 김염과, 그의 아내 '친이'의 노년기 모습이 동시에 등장한다. 바로 그 건물 옥상에선 가상의 무명배우 조덕현이 카메라 앞에 서 있고 말이다. 이것 참, 제대로 뒤죽박죽이다.
건물 밖에선 상하이의 전설적인 여배우 '롼링위(완령옥)'의 살아생전 앳된 모습과 그의 자살 후 초상 행렬,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 전경을 담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이 화면 속에서 공존한다. 이건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눈 앞의 장면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헷갈리게 만들려는 명백한 의도다. 화가인 '진짜' 조덕현은 관객에게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시공간의 왜곡 속에서 숨겨진 진실의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어가는 쾌감을 선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