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 글을 보내고 채택된 원고료로 노트북을 사는 게 목표였다.
이숙자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글을 1년간 송고하고, 채택된 기사에 대한 원고료를 연초에 받았다. 그 돈으로 나는 노트북을 사기로 결심했다.
며칠 전 택배가 하나 왔다. 열어보니 노트북이었다. 발송지가 용인인 것을 보아 셋째 사위가 보낸 거였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사위에게 부탁해서 노트북을 좋은 걸로 골라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노트북을 사서 보낸 것이다. 사위와 손자가 알아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한다. 고마웠다.
나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글을 송고하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 원고료를 모아 노트북을 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사려고 하면 무슨 돈으로든 사겠지만 그렇게 사기는 싫었다. 오로지 내 힘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런 일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단 목표는 세웠다.
목표가 있으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온 마음을 모아 집중하게 된다. 날마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고 잡념을 줄일 수 있어 그 또한 좋은 점이었다. 아무 목적 없이 하루하루 살다 보면 삶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일 뿐이다. 나는 처음으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글쓰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살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던 나날들
사람은 꿈을 꿀 때 아름답다. 꿈이란 삶의 윤활유 같은 것이다.
셋째딸은 지난해 방학이 되어 아이들과 한국에 왔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자가 불어나면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삶의 근거지를 남겨 놓은 채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나는 이야기 소재가 많아졌다. 글은 '오름' 등급에도 채택되고, 원고료가 쌓여갔다. 원고료가 쌓일 때마다 목표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뉴스게릴라상까지 받는 기쁜 일도 있었다. 나는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보너스까지 받고 책 선물도 5권이나 받게 되고 깜짝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너무 기뻤다. 살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울컥했다. 지난 세월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 그냥 살아온 건 아니었구나 싶어 내심 마음이 뿌듯했다.
하루아침에 자기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왔던 삶의 내공이 글을 쓰는 데 하나의 지렛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 힘들었던 세월들이 나를 빨리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항상 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습관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내 성공을 위한 삶을 살기보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을 택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오랫동안 다도를 한 경험 등이 글 쓰는 소재를 만들어 주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주었다. 내 동굴 안에 꽁꽁 숨겨 놓았던 보물들을 꺼내어 놀면서 글을 쓰고 어렵고 힘든 순간을 참아냈다. 나이 든 우리 부부만 살다가 가족이 많아지고 삼시 세끼 밥을 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새로운 일이 많은 딸에게 집안 살림 도움은 받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