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있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공익법센터 어필
현재 난민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한국의 난민인정절차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더욱 두려운 것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에도' 관련 당사자들이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만약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아 난민신청을 한다면 난민으로 확인받을 수 있을까? 답은 '거의 불가능'이다.
난민인정절차는 각 지역을 관할하는 출입국 외국인청에 외국인이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이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난 후 난민면접조사가 통역인과 함께 이뤄진다. 이후 결과가 4주에서 여러 달 후에 통보된다. 이것이 1차 심사다.
1차 심사에서 난민으로 확인받는 비율은 어떨까? 난민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심사가 종료된 사람은 9286명. 그중 1차 심사에서 난민으로 확인된 사람은 42명이다. 약 0.4%다. 이 단계에서 난민인정을 받는 것은 법률조력을 우연히 받더라도 어렵지만, 홀로 통과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급박히 탈출하여 증거가 많지 않은 경우 난민인정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설적으로 증거를 오히려 많이 가져온 경우도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마찬가지로 난민인정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형적인 사례들'이 아닌 경우, 예를 들어 젠더에 기반한 박해, 종교의 자유에 관한 박해, 성소수자로서의 박해 등은 엄격히 박해사유로 고려되지도 않는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심사관들이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 소위 '가짜난민에게 속지 않기'에 초점이 맞춰진 고난도의 입증 요구가 잘못된 규범 이해와 결합할 뿐이다. 당신은 42명에 들지 못할 것이다.
억울하다면 법무부 본부 소속 난민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난민위원회는 당신의 억울함을 잘 해소할 수 있을까? 난민위원들은 비상임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직업을 가진 공무원 또는 민간인 전문가들이 1~2달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통해 난민지위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심의 건수가 너무 많다. 회의 한 번에 하루 500건 이상 심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심의자료의 정리 및 추가조사는 1차 심사와 마찬가지로 '법무부 소속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이 담당한다. 결국 1차 심사와 달리 독립적으로, 모든 이의신청 자료들이 난민위원들에게 면밀히 검토될 것은 구조상 기대하기 불가능하다. 앞선 정보공개청구결과에 따르면 2019년의 경우 단 3명이 이 단계에서 난민인정을 받았다. 당신이 수천 명 중 3명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