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소폭 하락 출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던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증시를 관망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쉬고 있지만, 금단현상처럼 증시에 대한 관심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하루에 몇 번씩 코스피 지수를 살펴보고, 이미 매도한 주식의 등락을 확인했고, 내가 판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살까 망설이고, 주가가 오르면 아쉬움에 한숨을 지었다. 지금도 경제 뉴스나 국내외 주식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읽고 있다. 언제가 다시 투자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연금에 적금 깨고 빚내서 주식했습니다, 결과는요 http://omn.kr/1rr1t)
주식 초보인 내가 주식을 보유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에 하나는 '공매도 제도'였다. 지난 1월,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 경제를 공부한 친구는 유예되었던 공매도 제도가 시작되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공매도 시행 이후에는 주가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나는 공매도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과 불안감이 생겼다. 최근 공매도에 대한 논의가 점점 뜨거워지고 문제점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서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의 '게임스톱' 주식을 중심으로 한 매매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테슬라 주식도 아닌 '게임스톱' 주식이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경제를 공부한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미국의 게임스톱과 헤지펀드는 왜 이렇게 난리야? 그리고 우리나라의 공매도와 무슨 상관이야?"
친구가 설명해 준 용어와 개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게임스톱: 미국의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 헤지펀드: 소수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여러 전략을 사용해 짧은 기간에 이익을 내는 공격적인 투자 상품
- 공매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
헤지펀드의 공매도 대상 기업인 '게임스탑' 주가를 개인 투자자들이 끌어올린 것은 '레딧'에 개설된 주식 토론 게시판 '월스트리베츠'에 올라온 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는 이 토론 게시판은 헤지펀드를 상대하는 저항 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치열한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공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로 개인 투자자들은 결국 헤지펀드에게 손실을 안겼다.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헤지펀드를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 지성과 결집력으로 막아낸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에 놀란 미국 증권회사들이 개인 주식 매입을 일부 제한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편을 든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개인 주식 매입 제한의 파장은 정치권으로 번졌고, 청문회 개최와 검찰 수사 착수로 확대되었다. 미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영향력이 증시에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 달동안 1600% 넘게 뛴 게임스톱의 주가는 공매도 물량 해소, 주식 거래 플랫폼들의 개인 투자자 매수 제한에, 일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까지 쏟아지면서 1일 30.8%, 2일 60.0% 각각 폭락했다.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이 저점에서 매수한 이들은 해당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점에서 매수한 이들은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