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하는 주식을 나만 안 한다는 사실에 나는 불안했다.
픽사베이
투자로 돈 번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불안했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로또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나는 투자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킨값 정도의 돈부터 억 단위까지의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투자해서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는데, 나도 따라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불안했다. 다들 하는 투자를 나만 안 하고 있자니 왠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았다. 투자해서 억 소리나게 돈 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투자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내가 우둔해 보였다.
이런 불안감, 꼭 나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거세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은 적 있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얼마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 '주식을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주위에서 워낙에 '돈!돈!' 하는 얘기를 많이 하길래 재테크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돈공부를 해 보기도 했다. 저축도 하고 가계부도 쓰며 알뜰히 생활해 봤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돈이 있어도 딱히 쓸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물욕이 없다.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가 없으니 투자나 재테크를 공부해도 금세 싫증이 났다.
돈에 관심이 없으면서 남 따라 억지로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공부해서 투자해도 잃기 쉬운 게 돈인데 돈에 무관심한 사람이 투자를 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삶에 균형을 잡게 된 계기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자고 마음을 먹다가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찰나에 내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한 스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수행자는 이런 세속적인 문제에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쓴다' 이런 관점만 갖고 있으면 아무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그러니 마음을 푸근하게 가지세요."
"굳이 뭘 해보고 싶다면 한 번 해보세요. 단, 그것은 도박과 같은 것이니까 잃어도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돈을 다 날리고 나서도 손을 탁탁 털면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해도 돼요. 그렇지 않다면 이런 건 쳐다보지 말고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는 게 좋습니다."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쓴다는 생각으로 살면 된다는 말이 너무나 와 닿았다. 소박한 삶은 평소 내가 실천하고 있는 삶이기도 했다. 하던 대로만 꾸준히 이어가면 될 것 같았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자기위안이나 합리화가 아니었다. 삶에 균형을 찾은 듯한 안정감이었다. 내가 투자를 해서 돈을 번다면? 딱히 쓸 데가 없다. 반대로 돈을 잃는다면? '재미있었다' 하고 시원하게 털어낼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일상에 충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