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인야학 학생무상급식 후원, 2020년 평등한 밥상 안내
노들장애인야학
장혜영 감독의 영화 <어른이 되면>에서 13세 때부터 살던 시설에서 나온 주인공 혜정과 그의 언니가 함께 찾은 곳이 바로 노들야학이었다. 노들야학은 장애인 권익옹호활동을 비롯하여 '이 세상에서 소외받는 분들과 연대하고 같이 세상을 바꾸고자'는 목표 아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공동체다.
'만남을 자제하라'는 코로나 시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노들야학에서의 교류가 절실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분들과 함께 노들야학은 감염병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노들야학의 박누리 활동가와 지난 1월 8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 격상 이후, 야학에서 새롭게 마주하게 된 문제들에 대해 물었다.
"노들야학이 아예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어요. 가령 제도권 내 학교들에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지원이나 지침들이 다 내려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노들야학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전혀 없었죠.
거리두기가 2.5단계가 됐을 때 '긴급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께는 서비스를 제공하되, 최대한 휴교하거나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교육청에서 연락이 오긴 했었어요. 인터넷에 긴급돌봄서비스를 검색해 보면, '맞벌이 가정 등 가정 내 돌봄이 어려운 유치원· 초등학교·특수교육 학생 대상으로 긴급돌봄 수요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 야학 학생분들은 거의 혼자 사는 경우가 많으시고, 성인 분들이시기 때문에 여기서 얘기하는 범주에 들어가진 않잖아요. 이런 공백 때문에, 정부가 '긴급돌봄이 필요하면 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긴급돌봄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정부가 '그 사람 긴급돌봄 서비스 대상자 아닌데 왜 애초에 서비스를 제공했느냐'면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노들야학은 거리두기 상향으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시기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노들야학이 휴교에 들어갔던 2020년 1학기 초기에는 가정방문을 통해 잘 계시는지 확인해왔어요. 2학기 같은 경우에는 학생분들이 분반별로 나눠서 한동안 야학에 나오셨던 적이 있거든요. 그 후로는 온라인에서 만나는 방식으로라도 계속 연락을 하게 되더라고요.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던 때에는 학생들 간 거리두기에 최대한 신경을 썼어요. 노들야학 내에 원래 다섯 학급이 있는데, 1.5단계까지는 이 다섯 학급이 각 학급별로 일주일에 두 번씩만 나오는 체제로 진행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한 층에 모이는 총 인원 수가 줄어들도록 했어요. 또 마스크를 계속 쓰시게끔 얘기를 드리고 책상 등 소독을 최대한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았어요. 수업 내용이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기는 어려웠어요. 그런 것들이 변해버리면 학생분들이 적응을 어려워하실 수 있거든요."
'모이지 말라'는 사회적 요구가 야학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만남의 장마저 사라질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방역 기조가 계속 바뀌는 점이 힘들었어요. 저희는 평등한 밥상 행사를 항상 오프라인으로 크게 진행해왔거든요. 이게 급식을 위한 야학만의 소소한 행사가 아니라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편하게 자기 자신 그대로 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사의 일원으로서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설령 장애인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행사 준비는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하면서 장애인들은 그냥 잘 앉아있도록 하는 행사인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노들야학의 행사는 그냥 사람들이 와서 다 똑같이 먹고 마시고 즐기고 가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오프라인으로 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던 거죠. 최대한 오프라인으로 행사 준비를 할 방법을 고민하는데, 거리두기 지침 변화에 따라서 행사 계획이 계속 바뀌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만나면 안 된다고 사회적으로 계속 얘기하는데, 이렇게 만나는 행사를 진행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개인적인 불안도 조금 있었고요."
- 야학에 오시는 분들에게 야학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학생분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사회와의 관계가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곳 같아요. 특히 활동지원사가 없는 분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자립생활센터와 연결되어 있거나 부모님 같은 보호자가 있어야만 복지관 같은 곳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야학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탈시설하신 분들의 비중이 높은데, 그분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센터를 아직 찾지 못했다거나 찾는 과정 중에 있으실 때 제일 처음 오게 되시는 곳이 야학인 것 같아요. 계속 차별당하고 고립되었던 사람들이 그나마 집이 아닌, 내가 머무르는 곳이 아닌 곳에 간다면 그곳이 야학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노들야학은 야학 학생들과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로서의 기능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가정방문을 했을 때 반찬을 드리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장애인분들에게는 원래 교회 같은 데에서 도시락 지원이 갔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거의 끊겼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정방문 가실 때 마스크나 반찬 드리는 거 굉장히 좋아하셨던 것 같고.
계속 전화하고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것도 학생분들이 좋아하시긴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온라인 활동 개시 전에 온라인 툴 사용에 대한 교육을 오프라인에서 진행했어야 했는데, 저희는 그게 안 됐어요. 그래서 처음 온라인 수업을 하려고 했을 때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그냥 화상통화라고 생각하셔서, 즐거워하시기는 하는데 수업으로서의 효과가 있나, 하는 고민이 생겼어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편하게 온라인 수업에 접근할까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데이터가 쌓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공공일자리 마련 등의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노들야학의 목표이다.
"야학에 오시는 분들 중에 검정고시를 아무리 공부해도 합격하기 힘든 분도 계시고, 설령 검정고시를 합격하셨다고 해도 취직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런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공공일자리'라는 형태로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가령 야학에 나오는 것을 포함해서 이분들이 사회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일자리가 되고, 음악 등 문화활동도 일이 되고, '나도 지역사회의 일원이다' 내지는 '시설에서 이렇게 살았었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장애인권 강사로 활동하시는 것도 일이 되고. 더 많은 활동이 일자리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야학이 가야 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일하는 게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들을 그렇게 지원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요. 그렇지만 사실 이분들이 이렇게 활동하시면, 활동지원사도 붙고 근로지원인도 붙으면서 비장애인의 일자리도 늘어나거든요. 그리고 어쨌든 장애인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차별 없는 사회, 모두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 생산성이라는 걸로 사람을 재단하는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난 사회, 차별과 배제가 융화되어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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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은 장애인이 사회와 관계 맺는 유일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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