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노지수 학부모, 유지성 학생, 천영숙 교감, 송유진, 윤채원 학생
최육상
전북 순창군 순창읍에 위치한 중앙초등학교를 방문하게 된 건 이금호 교장 때문이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양복 차림에 주황색 지휘봉을 들고 학교 주변 횡단보도 주위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안내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계속 보이기에, 궁금함을 못 참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실례지만 누구세요?"
"예?"
"며칠째 교통안내를 하고 계시기에 궁금해서요. 혹시 선생님이세요?"
"아, 네. 중앙초 교장입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교통안내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금호 교장은 "교장과 교감은 수업을 하지 않으니까 오전 9시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게 안내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학생들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인데…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선생님들은 출근해서 학생들 수업 준비를 해야 하고,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들은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잠시 생각했다. 교장이 솔선수범해서 궂은일을 하면, 다른 교직원들이 눈치를 보진 않을까. 중앙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관계자의 허락을 얻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취재했다.)
"올해는 학교 오는 게 설렜는지 지각하는 학생 없어"
지난 9일·10일 이틀간 지켜본 학교 주변은 오전 8시 20분부터 50분까지 등교하는 학생들과 차량들로 붐볐다.
오전 8시 30분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천영숙 교감은 "작년에는 (전교생) 3분의 1씩 번갈아 등교했었는데, 이제 코로나 2.5단계까지 전면 등교가 가능해져 학부모들도 좋아하시고, 저도 모든 아이들을 매일 보니까 정말 좋다"며 "작년에는 등교가 들쭉날쭉해서 지각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는데, 올해는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게 설렜는지 지각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밝게 웃었다.
김민성(6학년)ㆍ김나은(3학년) 남매 어머니 노지수씨는 "중앙초등학교 학부모는 전체가 모두 녹색어머니회"라며 "그중에 교통안전도우미회가 따로 조직돼 순번을 정해서 아침에 아이들 등교를 돕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 깃발을 손에 든 심순덕(74)씨는 "순창읍 내 학교 앞에서 노인들이 10명씩 1조·2조로 나눠서 '아동안전지킴이' 활동을 한다"며 "애기들이 손 흔들며 인사하고 그러면 을매나 예쁜지 모른다"고 미소 지었다.
김종휴(70)씨는 "지킴이 하는 게 힘든 건 없고, 아이들이 손자·손녀보다 어리지만 꼬마들이 인사하고 그러면 참말 반갑다"며 "요샌 애기들 보기가 힘드니까, 거리에 아이들이 많아 활력이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아동안전지킴이 어르신들은 교통 안내를 한 후, 학생들이 등교를 마치면 학교 안팎을 청소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서 노인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효자·효녀가 따로 없다.
"애기들이 손 흔들며 인사하면 을매나 예쁜지"
학교 현관 입구. 전북교육청에서 지원해 준 방역도우미 선생님을 비롯해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열과 소독을 철저하게 점검한다. 방역도우미 선생님은 학교 규모에 따라 인원이 배정된다. 전교생 286명인 중앙초등학교에는 2명이 지원됐다. 각각 오전에는 학생들 방역을 점검하고, 오후에는 급식실의 방역을 돕는다. 학생들이 방역도우미 선생님들의 일자리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