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이강릉 형태의 광릉 전경정자각을 기준으로 왼쪽 능침에는 세조가 묻혀있고, 오른쪽 언덕에는 정희왕후의 릉이 자리하고 있다.
운민
정자각 뒤편은 능침 구역으로 왕과 왕비가 묻혀있는 봉분은 물론 무인상과 문인상 등 여러 석물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 구역의 출입은 보통 금지되었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멀리서만 봐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연스레 조선왕릉의 관람은 문화재, 유적답사의 느낌보다는 자연을 즐기고, 숲을 거니는 공원의 산책처럼 여겨진다.
비슷비슷한 양식과 구성으로 왕릉과 묻혀있는 인물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자칫 지루한 여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조선왕릉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마주 본다면 그동안 안보이던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남양주는 경기도의 다른 도시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조선왕릉이 많기로 유명하다. 서오릉과 서삼릉이 위치한 고양과 동구릉의 구리와 달리 대규모 왕릉 군은 없지만 남양주의 자리 좋은 곳 여기저기에 여러 사연을 가진 왕릉들이 분포해 있다.
그중에 나의 발길이 먼저 닿는 곳은 바로 영화 <관상>의 주인공이자 계유정난으로 조카를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 즉 세조가 묻힌 광릉이다. 꽤 이름을 알린 왕의 무덤이지만 현재 광릉은 세조의 이미지 보단 국립수목원(예전에는 광릉수목원)의 울창한 숲으로 이름난 곳이다.
광릉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양주의 회암사지를 관람하고 한적한 시골길을 통해 접근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수도권 순환 고속도로에서 퇴계원 ic를 나와 남양주의 중심부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왕숙천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아마 한적한 여행을 선호했다면 전자를 택했겠지만 남양주의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왕숙천을 따라 올라가면서 빠르게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 신도시의 광경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수도집중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왕숙천을 따라 신도시가 조성된다면 진건, 진접, 별내, 퇴계원 등으로 생활권이 각기 떨어져 있는 남양주를 한 곳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건 도움이 되겠지만 한편으로 예전의 아름답고 한적했던 남양주의 풍경은 점점 사라져 가는 게 아쉬웠다.
각설하고, 어느덧 진접을 지나 광릉숲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초입은 일명 '광릉내'라고 부르는 마을로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광릉숲을 방문하기 위해 찾아옴으로써 자연스레 먹거리타운이 형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