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女幸)화장실' 인증 마크심사를 통과한 공중 화장실은 입구에 서울시 여행(女幸)시설 인증마크가 부착되었다.
서울특별시청
변기 수가 남자 화장실보다 많이 확보되어 있고, 기저귀 교환대와 어린이용 대소변기, 가방걸이, 손 건조기, 선반 및 비상벨과 CCTV 등 안전시설을 갖춘 여자 화장실을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로 인증해주는 정책이다. 간이 화장대가 있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점수표에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화장대이고 생리용품 자판기는 빠져 있다.
화장대에서 꾸밈노동을, 기저귀 교환대에서는 돌봄노동을, 바깥에서 생리용품을 찾아 헤매야 하며, 다시 안에서는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는지 살펴야 하는 위험 부담까지 존재하는 공중화장실이란 여성의 행복과 거리가 멀다.
오 후보는 남자 화장실 내 아동용 시설 확충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2009년 서울여성가족재단은 정책 평가보고서를 통해 "향후 남자 화장실 내에도 아동용 시설이 적극 확대 권장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안전과 평등은 분절된 문제가 아니다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을 내세웠지만 돌봄노동으로부터 남성의 자유로움을 재확인하는 정책이다. 여자 화장실에서는 남아용 소변기를 볼 수 있지만 남자 화장실은 그렇지 않다.
여성의 돌봄노동 부담 해소를 위해서는 남자 화장실 내 어린이 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아이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문제는 돌고 돌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결국 '공중화장실 성차별'은 단순히 화장실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확장되는 것이다. 불평등한 노동환경 개선, 여성·아동 대상 범죄예방, 보육 정책 등 전방위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화장실 출입구에 CCTV를 달아 24시간 감시하고 온 도시에 비상벨을 두는 미봉책에서 답을 찾기란 한계가 뚜렷하다. 여성과 아이에 대한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많은 감시와 보호, 분리로 겹겹이 무장하더라도 약자는 불안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장대나 가방걸이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안전한 공간에서 사적인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공시설을 요구할 뿐이다. 안전하고 차별 없는 공공시설은 기본 중 기본이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수가 많은 소수자인 여성과 아동이 더 이상 범죄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때,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가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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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문명 수준 궁금하면, 공중화장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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