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근거리면서 공모전 홈페이지를 열어보지만 그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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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의 양식에 맞춰 글을 쓰고 주변에 글을 보여주고 글을 몇 번 다듬고, 날짜에 맞춰 글을 보낸다. 그 뒤로는 공모전 발표 날짜를 잊으려고 노력한다. 갑자기 모르는 전화를 받았는데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면서.
하지만 발표 날짜는 내 머릿속에 박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발표 날짜가 다가올수록 꼭 당선이 될 것만 같다. 난 당선이 되면 어떤 소감을 말할지 고민한다.
'말 잘 못 하는데 큰일이네. 감사하다고 말할 사람은 미리 생각해 놔야겠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당선 소감이라니 정말 황당하다.'
내 생각은 둘로 나누어져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글을 제대로 첨부해서 보낸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수정 전 버전을 첨부한 건 아닐까. 원고를 보내지 않고 요약본만 써서 보낸 건 아닐까. 덤벙거리는 성격의 소유자인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다.
그렇게 오만 생각을 하다 보면 발표일 당일이 된다. 난 두근거리면서 공모전 홈페이지를 열어보지만 그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본 적은 없다. 공모전에 당선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을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모전에서는 합격자에게 먼저 전화로 연락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연락을 받지 못했으면 발표 당일 공모전 홈페이지를 열어보며 떨 필요가 없는 거였다.
처음 공모전에서 떨어졌을 때는 꼭 대학에 떨어진 것처럼 우울했다. 난 '땅땅땅! 이 사람은 이제 작가입니다!'라는 판결을 얻고 싶었다. 내가 스스로 작가라고 불러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알아서 작가라고 불러줄 판결.
매일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는 나의 삶을 명쾌하게 해명해 줄 그런 판결. "내가 매일 비싼 커피 값을 내면서 카페에 가는 이유가 다 있었어. 그 결과물이 바로 이거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한참을 우울해하다 마음을 다잡고 동화 쓰기를 배우는 곳에 등록하고 처음부터 자세히 배웠다. 과연 잘 쓰는 사람은 많았다.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 배우고 나니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하필 코로나가 겹쳐 사람들이 집에서 글만 쓰는지 공모전에 응모하는 편수가 확 늘었다. 아, 그 전에 당선 됐어야 했는데.
웃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