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2명의 황후의 합장릉인 유릉의 풍경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을 모시는 유릉은 황제의 예로 안장되었다. 입구에는 능침에서나 볼 수 있는 석물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코끼리나 낙타의 석상이 인상적이다.
운민
특히 왕릉의 영역을 나타내는 홍살문에서부터 수많은 석물이 일렬로 도열해 있어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압감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 크기도 다른 왕릉의 석물의 두배 이상이고, 종류도 훨씬 다양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인 코끼리와 낙타의 석상의 이국적으로 보인다.
유릉 능침은 재실에서 바로 정중앙 언덕에 있는 게 아니라 약간 옆으로 비껴 나듯 안장돼 있었다. 망국의 황제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그런 걸까? 사실 그가 이미 즉위했을 때 사실상 일본에게 국권이 사실상 넘어간 상태였다.
그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무언가 할 수 없는 상태의 황제였다. 1926년에 그가 사망하면서 일제는 조선 백성들을 달래기 위해 베트남의 카이딘 황제릉처럼 화려하게 조성되었지만, 조선 민중들에게 무능력했던 조선왕가의 기억은 낡은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새로운 대한의 시민의식이 싹트고 있었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능침인 홍릉
이제 고종과 명성황후의 능침인 홍릉으로 이동해 본다. 입구에는 둥그런 모향의 연못에 둥그런 섬이 있는 연지가 조성되어 답사로 지쳤던 몸을 잠시 쉬어갈 만하다. 홍릉도 유릉과 마찬가지로 입구에 석물이 조성되어 있는데 유릉과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릉의 우람한 석물보다는 다소 작아 보이고 투박한 모습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실 유릉은 석물은 일본인들이 제작한 것이고 홍릉은 조선 장인들이 직접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딘가 딱딱하고 어색한 인상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유릉의 석물과 달리 홍릉의 석물은 해학적인 미소가 엿보이고 보면 볼수록 계속 쳐다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실적이라고 해서 결코 좋은 작품이라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