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속, 미국 투자구상 실현 주목할 이유

[주장] 조 바이든의 '일대일로' 중국 맞경쟁 투자 구상을 보며

등록 2021.03.29 11:45수정 2021.03.29 12:23
0
원고료로 응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회견을 중계하는 NBC 방송 갈무리. ⓒ NBC

 
최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 구상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과 중국 등 강대국의 대립 속에서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도 그나마 개도국 개발을 위한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로써 바야흐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결국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잘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한 외국인 지인은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미중 경쟁으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일 때 가능한 일이고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게 사실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돌이켜보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브대학 강연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구 30억 명을 포괄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구축을 제안하고 그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아세안과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의 공동 건설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듬해 2014년 11월 시진핑 주석이 중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 회의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계획, 즉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공식 제창하였다. 중국의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 계획은 지구상 인구의 63%에 해당하는 4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이와 관련한 GDP는 전 세계 GDP의 29%인 21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일대 일로 구상의 루트에는 북극해 항로, 북미 항로도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 무르만스크의 부두를 개발하고 유럽 ~ 러시아 ~ 일본 ~ 중국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러시아, 미국을 잇는 고속철도 구상도 있다. 바로 글로벌 물류 전략이다.


일대일로 계획은 참여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해당국의 정부에 중국의 돈을 빌려주고 인프라를 건설한다. 이를 위한 자금조달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이나 신개발은행(NDB: New Development Bank), 실크로드 기금(Silk Road Fund)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 원조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 기축 통화화를 목표로, 자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얼핏 보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도 있지만, 문제점과 비판도 따른다. 우선, 인프라를 건설할 때 중국인 노동자와 중국 기업만을 사용해야 해 해당국의 현지 고용이나 경기부양 같은 부분에서는 이익이 없을 가능성이 크고, 자금 또한 공여가 아닌 대출의 형태라 결론적으로 오히려 참여국에 부담이 가고 중국에만 큰 이익이 갈 수 있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만약 참여국이 중국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항만 등 일대일로로 지은 기반시설의 이용권을 중국에 공여해야 하는데, 이러한 전략을 통해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목으로 인도양 방향으로 나가는 항구를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G7 국가들 중에는 이탈리아가 유일하게 참여한 국가이며,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G7국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 견제 나선 미국

반면 미국은 미·중 전략 경쟁의 무대가 되는 아시아·태평양 주변국들 중 미국과 군사협력을 이어나가는 동맹 및 안보 우호국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의 팽창적인 움직임을 견제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면서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다자간 자유무역 협상에서는 통상정책으로 TPP(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2015년 10월 7일,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칠레 등 12개국이 TPP 협정을 타결시켰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TPP탈퇴를 선언했지만, 2020년 11월 선거에서 새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다시 TPP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미·중의 전략 경쟁 속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 구상을 수립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앞으로 실현 여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인프라 분야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실상을 보면, 많은 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개발도상국가들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1950년대 이후 수조 달러 규모의 개발원조 자금을 투입하였으나, 60여년 원조에도 불구하고 빈곤에서 벗어난 국가는 소수에 불과해 보인다.

UN 통계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하루 1.90달러 국제 빈곤선 이하로 살아간 사람들이 약 7억 6700만 명에 달한다. 또한, 2016년 기준 5세 이하의 아동 중 만성 영양결핍으로 인해 나이에 비해 키가 매우 작은 발육 저하 아동의 수는 1억 55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아직도 11억 명 사람들이 여전히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 넘는 사람들이 과도한 수자원 스트레스(water stress)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개도국들의 열악한 인프라 현실을 고려한다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전략적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서로 경쟁할 땐 경쟁하더라도 개도국들의 인프라 및 경제개발 등 국제개발 협력에서는 강대국들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선진국과 개도국이 윈-윈(win-win)하고, 원만한 국제개발협력 속에서 지구촌 사회가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제주인 뉴스에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일대일로 #중국 #미국 #바이든 #경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5. 5 김용의 5월 3일 '구글동선'..."확인되면 검찰에게 치명적, 1심 깨질 수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