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4.7 재보궐 선거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랍 속 규제와 막혀 있던 재개발·재건축을 풀어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서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우고 있다. 투기로 대표되는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지금 재개발·재건축과 규제 완화 정책은 오히려 집값을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진 사람들이여, 투기하라!'는 말같이 들린다.
일주일 만에 재개발·재건축을 허가해주면 서울은 다시 투기판이 될 것이다. 정부는 개입하지 말라는 수준의 민간 중심 공급은 부동산 투기 활성화 정책에 가깝다. 민간에 맡겨두면 집값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집값을 잡고 주거 문제를 안정화해야 한다. 유치원 무상급식에서 청년 주거권까지 의식주 문제를 언제까지 개인에게 맡겨 둘 셈인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21분 생활권 도시 서울'을 내세웠다. 21분 안에 주거와 직장, 쇼핑몰, 의료, 교육 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잘 와닿지 않는다. 21분이 아니어도 좋으니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주거 대전환'을 이뤄줬으면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집을 지어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안 그래도 심란한 강남 땅값만 올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당선이 유력한 두 후보는 내곡동 땅과 도쿄 아파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에 붙은 불을 끄려는 듯 제1 공약으로 부동산과 주거 정책을 제시하고, 수십만 호의 아파트 공급을 약속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청년들이 서울에 살기 힘든 이유는 정말 주택이 부족해서인가?
청년들의 표를 얻고 싶다면
"청년들이 서울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시장을 원해."
'이런 시장을 원한다'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친구가 한 말이다. 친구는 취업을 하게 되면서 회사 근처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사 첫날이 다가오는데 가진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보증금 문제와 월세로 전전긍긍하며 1~2년 살 집도 못 구하는 현실에서 집값을 잡아야 할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보여준 행태에 청년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청년들의 표를 얻고 싶다면,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정책을 세우고, 청년 1인 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현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 비싼 임대료에 입주할 엄두조차 못 내는 청년들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집에서 독립한 청년들이 부모의 재산 따위의 이유로 입주가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이름만 청년 주택이 아니라 목적에 부합한 주거 공간을 원한다. 선거용 공약이 아닌 1인 청년 가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는 시장을 원한다. 물려받을 집이 없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주거 문제가 해결될 때 비로소 서울이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4월 7일, 누가 시장이 되어도 청년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란 말을 가슴에 묻으며 기꺼이 투표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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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비난하거나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순간마다 나는 지체없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는 나의 정신에 의지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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