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양평뉴딜포럼 교육현장
노광준
3월 11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양평읍 중앙로에 위치한 '양평뉴딜포럼' 사무실에는 8명의 주민이 열공 모드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린뉴딜 세미나, 일주일에 한 번씩 다양한 주제의 탄소중립 과제를 놓고 강사를 초빙하거나 영상을 본 뒤 토론을 한다. 이런 토론 모임이 3~4개 운영되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인원을 분산시키려는 방침 때문이다.
이날의 주제는 '숲에서 미래를 꿈꾼다'였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시청했는데, 단순히 '기후위기 시대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나무를 많이 심자'가 아니라, 숲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탄소흡수량이 달라지고 수많은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된다는 국내외 사례가 흘러나왔다. 옥천면에 사는 최인숙씨는 눈여겨본 부분을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했고, 서종면에 사는 양진영씨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상 밖이에요. 숲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건강을 지켜간다니..."
양평에 20년 살았다는 진영씨는 숲이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모습에 가슴 아팠다. 주민들 사이에는 이러다가 10년 후면 양평 숲 다 없어질 거라는 걱정도 나왔다고 한다. 군청이 제대로 계획해서 숲 훼손을 막고 체계적인 관리로 일자리까지 창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그러자 포럼 간부인 박민기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배우는 거잖아요. 우리 모토 다 아시죠? 먼저 알고 실천하고, 알리고 요구하자!"
청운면에 사는 이정화씨는 올 때마다 많이 배워간다며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는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배웠는데, 오늘은 '국토의 63%가 산'이라며 7% 어디 갔냐고 물었다.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 하는 소리가 나왔다. 서종면에 사는 청년 김영만씨는 캐나다 숲 풍경을 언급하면서 숲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옥천면의 최인숙씨는 조카가 산림경영학과를 다니는데 열심히 목제 팰릿 기술을 학교에서 배웠지만, 사회에 나와 기술을 쓸 데가 없더라며 우리도 이제 산에 나무만 심을 게 아니라, 숲을 가꾸고 산림부산물을 산업에 적극 활용하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씩 하는 이야기가 너무 진솔하고 재미있었다. 토론하면 떠오르는 그 딱딱하고 공격적인 모습이 전혀 아닌, 같은 지역에 사는 중장년청년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멋진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3월 13일] 양평 오일장 "토종 임산물 사세요"
3월 13일 토요일, 세월리에 사는 도예가 김경희(양평군 강상면)씨는 자신의 공예작품들을 바리바리 챙겨 오일장에 나갔다. 공예품을 팔러 나간 게 아니라 임업인들과 함께 '토종 임산물' 판매를 하기 위해서다.
"환경기후 문제의 해답이 숲에 있다고 하잖아요. 숲을 체계적으로 가꾸려면 산에서 나오는 임산물 판매도 잘되고 그 수익이 다시 산에 투자돼야 하는데, 현실은 우리 산에서 나오는 토종임산물 파는 매장 하나 없어요. 전부 중국산... 이런 인식부터 바꿔나가야겠다. 임산물도 이제 로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