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기 소비를 자제한 장바구니. 우리는 내 돈 주고 붉은 고기를 사지 않기로 했다.
최다혜
몰랐을 때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지만, 알고 나면 참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2020년 9월부터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1. 내 돈 주고 붉은 고기(돼지고기, 소고기)를 사지 않기.
2. 기념일에는 붉은 고기를 먹기.
3. 만두, 라면의 건스프처럼 고기가 포함된 음식은 먹을 수 있음.
어려워보이지만 사실 쉬운 규칙이었다. 우리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가금류는 사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금류 사육의 탄소 배출물이 가장 적기 때문이었다. 밀집 사육된 소고기 단백질 100g당 평균 49.89kg의 탄소를 배출한다. 돼지는 7.61kg, 가금류는 5.7kg다(참고: '기후위기 시대, 채식이 지구를 살린다', 주영재 기자, 경향신문).
먼 미래에 지구에서 가장 많이 발견될 화석이 '닭뼈'라고 할 만큼 대량 밀집 사육되는 양계장의 사정도 안다. 그로인한 동물복지 문제와 AI 같은 전염병 문제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고기 없이 살 자신이 없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전기 없이 살거나, 자동차 없이 걷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이듯, 완전 채식도 그만큼 어려운 길이었다.
또한 나와 남편, 그리고 유치원생 두 아이는 회사와 유치원에서 점심으로 나오는 고기 반찬은 맛있게 먹는다. 붉은 육류를 사기 위해 나서서 지갑을 열지는 않지만, 회사 식당에서 제공되는 고기 반찬은 귀하게 여기며 먹는다.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어 한때 죄책감을 갖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오래 간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채식이 지구를 살린다고 말한 <우리가 날씨다>의 조너선 사프란 포어도 사실 공항에서 햄버거 몇 번 먹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쓰레기 없이 산다>는 궁극의 비 존슨도 1년에 항아리 한 개는 배출한다. 소비가 가장 '반생태적'인 행동이라 말하는 <돈 한 푼 안 쓰고 1년 살기>의 마크 보일의 실험도 딱 1년짜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지향한다. 완벽하지 않음이 '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없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최선을 다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