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일 간격으로 붙인 두 장의 '전입신고 대자보'.
최육상
'전입신고 대자보' 붙인 이방인
지난 17일 오후 순창읍시장 군내버스터미널 부근에 자리한 미르전파상에서 황충서(45) 대표를 만났다.
황 대표는 "1월 28일 순창군에 전입신고를 했다"며 "순창이 정말 좋다"고 첫 마디를 뗐다. 그가 건넨 명함의 직장 주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잡한 곳 중 하나인 서울시 강남구였다. 순창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6월 5일부터 자동제어 관련 일을 했는데, 회사에서 저를 그냥 순창에다 내려놓고 갔어요. 일 하다가 서울에 올라가면 답답한데 순창에만 오면 마음이 너무 편해지는 거예요. 하하하."
순창군민으로 생활한 지 막 100일이 지난 황 대표는 "전파상이 시장 입구에 있어서 상인들과도 어느새 많이 친해졌다"고 밝게 웃었다.
대자보를 붙이게 된 계기를 묻자 황 대표는 "제가 평소에 글 쓰는 걸 재미있어 한다"며 "사람들이 여기(전파상)가 뭐 하는 곳인지 자꾸 기웃기웃 하니까 뭐라도 좀 해 보고 싶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황 대표는 3살 때 경기도로 이사한 후 8살 때부터 서울에서 생활했다. 아직 결혼을 안 한 그는 37년간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연고도 없는 순창으로 혈혈단신 이주했다. 황 대표는 "심지어는 서울에 있는 것도 많이 버리고 내려왔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시골 오니까 경쟁이 의미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