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진살롱 흑백 부문에서 골드 메달을 받은 김훈 씨의 작품.
김훈 제공
- 자신이 보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풍경과 인물 사진을 두루 찍어왔다. 작업을 하다 보면 일종의 흐름이 있고 어느 순간 마음과 태도에 변화가 생긴다. 포항에 35년쯤 살다 보니까 애정이 없을 수 없다. 포항 풍경에 대한 기록이자, 산업사회의 변천을 담은 '풍경주식회사'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평론가들도 '풍경'과 '주식회사'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결합된 사진들을 무척 흥미로워했다."
- 사진이란 대체 뭔가.
"'또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글과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듯 사진도 인간의 내부 심리를 표현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강하면서도 약하고, 약하면서도 강하다. 다른 언어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게 사진이다. 사진가들은 그 언어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을 조언한다면.
"'3관'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어지는 '관찰' 역시 중요하다. 사진이 완성되면 그것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게 3관이다. 유형이건 무형이건 피사체의 온도를 설정하는 건 사진가의 몫이다. 사진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한 일상의 기록에서도 사진은 시작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 관념 벗어났던 로버트 프랭크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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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진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1924~2019)를 좋아한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다. 원래는 패션 사진 등을 찍었는데, 1950년대 구겐하임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을 주제로 2만8천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사진들이다. 사진이라는 도구로 우월성과 선진성을 자랑하던 미국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평론가들이 "악의를 가진 반미주의자"라고 혹평했고, 미국에서는 출판이 거부됐다. 하지만, 냉소적인 산업사회의 그늘과 어두움을 드러낸 그의 작품은 젊은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긍정적 재평가도 이뤄졌다. 통상적 관념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사조를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 흑백사진엔 어떤 매력이 있나.
"사진을 시작할 때 처음 접한 게 흑백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먹으로 농담을 표현해 컬러사진 이상의 강렬함을 표현했다. 흑백사진은 은은한 맛이 있다. 또한 두고 볼수록 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지금까지의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5년 개인전 '또 하나의 인연'을 열었다. 6년 이상 베트남을 여러 차례 오가며 그곳 사람들과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남겼다. 베트남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를 담아낸 전시회였기에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당신이 사진의 주요한 소재로 삼는 건 뭔가.
"시작할 땐 주로 자연을 작품에 담았다. 이후 사진을 전공하게 되면서 소재와 주제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방법을 고심했다. 내 경우 풍경으로 시작했고, 인물로 갔다가 이후엔 시대상을 사진 속에 담고자 했다. 표현 기법을 생각하면서는 문화재와 유적에 천착하기도 했다. 하나의 소재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2000년은 디지털사진의 역사가 시작된 해다. 이후 촬영 방식이 다양화되고 장르 간의 경계도 무너졌다. 아날로그 시대보다 표현 방법이 다채로워졌다. 한지에 사진을 출력하는 최근 내 스타일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
인간애를 갖고 사진을 대했던 작가로 남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