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진 GS리테일 '캠핑가자' 포스터
GS리테일
사회적으로 '남성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논란은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 기사화되면서 시작되었는데, 게시물의 주장을 살펴보면 다소 황당하다. GS25 포스터의 손 모양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거다. 애당초 기삿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게 신기한 관련 내용은 여러 언론 매체에 글이 실리면서 빠르게 번졌고, 결국 해당 업체가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일로 이어졌다.
억지가 통했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경험한 이들은 경찰청, 평택시, BBQ, 방송인 재재, 어린이 단체까지 또 다른 상대를 심판대에 올리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이들은 '오조오억', '허버허버'와 같은 특정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남혐'이라며 문제 삼아왔다. 해당 이유로 일부 웹툰은 별점 테러를 당했고, 한 반려동물 유튜버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
한편 언론은 남초 커뮤니티의 황당한 주장을 그대로 실어 나르면서 근거 없는 '남성혐오'를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또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일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여성혐오 세력이 만드는 '남혐' 논란을 언론이 키우고 있는 셈이다.
'남성혐오'라는 불가능한 단어
혐오를 겪는 집단이라면 느끼는 감정이 있다. 그중 하나는 공포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과 사회적 배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혐' 논란을 생산하는 이들의 주된 감정은 증오다. 그들에게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타인을 '메갈'로 낙인찍어 무릎 꿇리는 데 혈안이 된 이들의 행보에는 '남성을 혐오한 대가'를 보여주겠다는 오만함과 자기과시, 타인에 대한 조롱만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혐오를 멈춰달라", "성적 대상이 아닌 평등한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절박한 호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안전을 위협받는 이들 앞에서 누군가는 고작 '불쾌함'을 호소하고 있다.
혐오란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체·성별·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장애인/여성/성 소수자 혐오는 사회 내에 만연하지만, 비장애인/남성/이성애자 혐오는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젠더 위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남성혐오'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여성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뿌리 깊은 성차별과 성적 대상화를 겪는 반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찬양/비하/대상화/강간/살인 등을 경험하지 않는다.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일, 혼자 밤길을 걷거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일, 나도 모르는 사이 신체가 촬영되어 유포되는 일은 오로지 여성만이 일상적으로 두려워한다.
여성혐오는 보편적이고 거대한 현상으로 존재하는 반면,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남성혐오'는 실체가 없다. 논란이 된 손 모양이나 '허버허버'라는 단어 때문에 실질적인 위협을 느낀 남성은 없었다. 오히려 남성들 일부는 집게 손 모양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으며,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지나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 이들은 '소추'라는 성적 놀림이 주로 남성들 간에 이뤄진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