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2일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 걸린 프라이드 플래그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저는 불모지 같은 한국에서 1956년생으로 태어나 나 혼자만 이 세상에 있는 줄을 알았어요. 그런데 1970년대에 선배들을 만난 후 용기를 갖고 살고 있습니다. 자기가 존재감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우리가 여기 있다!" - 릴레이 기자회견 중 자유발언(윤김명우)
2021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의 슬로건은 '우리가 여기 있다' 였다. 이 문구는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당시 외쳐졌던 구호다. 인천 지역에서 최초로 개최된 퀴어문화축제 당시,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조직적인 증오범죄, 집회방해가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퍼레이드 행렬은 동인천역 굴다리 안에서 긴 시간을 대치해야 했다.
이때 누군가의 외침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구호가 "우리가 여기 있다" 였다. 혐오와 차별에 맞서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우리가 여기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고 찬란히 빛날 것임을 드러내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2018년에 성소수자가 여기 있음이 축제에 모인 참가자들에 의해 외쳐졌다면, 2021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에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프라이드 플래그 만국기와 문구들을 통해 이를 드러냈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젠더퀴어, 인터섹스, 에이섹슈얼, 팬섹슈얼, 에이젠더, 에이로맨틱, 폴리아모리, 립스틱레즈비언, 레즈비언 라브리스, 뉴트로이스, 데미로맨틱, 알렉시젠더, 폴리섹슈얼, 퀴어피플오브컬러 등 당시 광장에 펼쳐진 총 19종의 깃발이 각 상징하는 정체성이다.
언뜻 보기엔 복잡해 보이지만, 다양한 정체성의 언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다양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있음을, 그리고 소위 정상으로 여겨지는 이성애, 이분법적 성별의 언어가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다.
"논바x에이스(펙트럼) 나야 나."
"양성애자 납시오."
"뉴트로이스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요."
"내 사랑에 성별은 없다!"
"2022년 지방선거 준비하는 퀴어도 있다."
"야생의 논바이너리 등장!"
"너희, 내가 게이인 줄은 꿈에도 모를걸!"
"레즈비언 여기 있다."
각 깃발에 남긴 저마다의 문구는 그 자체로 혐오와 차별이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존재들이 여기 있음을, 광장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는 우리들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22일 저녁 깃발들은 내려갔지만, 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 여러 성소수자가 지금도 우리 곁에 함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성소수자 운동의 에너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