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라매병원 김병관 원장
서울보라매병원
"평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 의사란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분명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진료 현장에 달려갔지요. 내과 의사 수련을 받던 당시, 건강을 회복한 환자로부터 처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받았을 때가 의사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습니다."
서울보라매병원 김병관 병원장(55)의 진료 철학이다. 서울보라매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2016년 역대 원장 중 최연소인 49세로 제17대 원장에 올라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5월까지 병원장직을 맡는다. 그는 취임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적정성 평가에서 시립병원 중 유일하게 14개 전 항목 최우수 등급 획득, 서울시립병원평가 '리더부문 우수기관' 선정, 보건복지부 '2020년 의료질 평가' 1등급 획득 등의 성과를 거뒀다. 6월부터는 서울보라매병원 인사 중 처음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을 맡는다.
"공공병원, 낙후된 의료기관이라는 인식 탈피해야"
"'모든 서울시민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로 저소득 환자, 장애인, 노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고 한다. 건강 불평등은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해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천구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은 78.1세인 반면 강남구 부유층의 기대수명은 87.5세로 거의 10년 가까이 차이 난다. 같은 서울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건강의 빈부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불평등은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저소득층이 코로나 19 감염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보라매병원은 비교적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김 원장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질적 발전"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라매병원을 '연구 중심 병원'으로 전환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런 판단으로 김 원장은 의료진이 연구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원내 의사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끔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 모임 등을 활성화했다. 덕분에 SCI급 논문을 연 300편 이상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의료진의 연구 역량이 많이 향상됐다.
김 원장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신포괄수가제 사업 참여, 취약계층의 중증질환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암센터 개설 등 공공의료부문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공공병원이 단지 경제적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낙후된 의료교기관이라는 인식을 탈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공공의료의 책임성 강화 및 지역 내 보건의료기관 간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보라매병원을 서울시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했다.
"관활 권역이 기존 서남권에서 동남권까지 확대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확장된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역사회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원장은 설명한다. 이를 위해 보라매병원은 기초조사 수행을 위한 인력을 편성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기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필수보건의료 네트워크, 감염병 대응체계, 지역 내 의료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및 교류 사업 등"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의료 취약계층에게 더욱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김 원장은 기대한다.
"미래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지역별 의료공급체계 구축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