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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불씨 키운 공공재개발, 흑석2구역서 벌어지는 일

고분양가·용적률 특혜에도 일부 주민 여전히 불만... 재개발 반대 목소리도

등록 2021.06.03 13:32수정 2021.06.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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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서울 흑석2구역 모습.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서울 흑석2구역 모습.연합뉴스

공공재개발로 추진 중인 흑석2구역 아파트 분양가가 공공 참여로 10% 가량 높아지면서, 공공 주도 집값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주민들은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상가주민·세입자들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공공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2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흑석2구역 주민 등에 따르면, 정부의 첫 번째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사업은 공공재개발 참여로 분양가상한제 면제와 용적률·층고 상향 등 막대한 혜택을 받아 추진되고 있다.

SH공사, 주민 반발에 평당 분양가 4274만원으로 올려

아파트 분양가는 공공 참여로 오히려 10% 가량 높아졌다. SH공사가 주민들에게 배포한 설명 자료를 보면, 공공개발에 따른 예상 분양가는 3.3㎡당 4274만원이 책정됐다. 공공이 아닌 민간재개발로 추진할 때 예상분양가(3.3㎡당 3942만원)보다 8.42%나 비싼 것으로, 웬만한 강남 아파트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SH공사는 당초 3.3㎡당 3000만원대 분양가를 가책정했는데, 이에 주민들 반발이 거세자 분양가를 대폭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흑석2구역의 한 주민은 "원래 SH공사가 제시한 분양가가 낮아서, 추진위를 비롯해 주민들이 사업 참여를 안하겠다고 하자 SH공사가 더 높은 분양가를 갖고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분양가 책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가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SH공사도 설명 자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수준으로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공공이 참여하는 사업임에도, 아파트 가격이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토지주, 건물주, 투기꾼들 재산만 불리고 재벌, 공기업, 토건족 토건물량 확보만 해주는 특혜성 공공재개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분양가 책정으로 주민들의 개발이익 극대화도 가능해졌다. SH공사는 고분양가에 더해 해당 사업의 용적률도 599%(기존 400%)로 대폭 상향하고, 초고층(49층) 아파트 건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용적률 확대에 따라 이 단지의 일반 분양분은 기존 293세대에서 512세대로 크게 늘어났다.


고분양가·분양물량 증가·초고층 등 각종 특혜에 따라 사업 수익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의 예상 비례율(개발 사업에 따른 조합원 수익률)은 기존 84%에서 104%로 대폭 올라갔다. 예상 비례율이 100% 아래면 조합원은 초과 분담금을 내야 하지만 100%를 넘으면 개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개발이익이 나오지 않던 사업지가 공공 참여에 따라 초과 수익이 나오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여전히 분양가 낮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


그럼에도 일부 주민들은 "분양가가 너무 낮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부동산 관계자는 "흑석 일부 주민들은 분양가상한제도 적용하지 않는데, 분양가가 너무 낮다며 불만을 갖고 있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공공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도시재정비특별법에 근거해 해당 구역 주민(토지 등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추진이 가능하다.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주의 승낙을 받아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일반 재개발보다 추진 여건이 훨씬 수월하다.

뒤집어보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도 강행할 수 있다. 실제로 흑석2구역의 경우,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조합 설립도 이뤄지지 않고 장기간 표류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공공이 참여하면서 재개발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러면서 흑석2구역 상가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재개발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주 열린 주민총회에서도 의견이 갈린 주민들간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흑석2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조합 설립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가 공공이 들어와서 급격히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며 "지금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세입자들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흑석2구역에는 주택 하나를 지분 3개로 쪼개는 등 투기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들어와 있다"며 "졸속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고, 도시재생 등 동네가 자체적으로 개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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