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가뭄피해' 송현지구 농민들이 준공 앞두고 농어촌공사 찾아간 까닭

충남태안농민들, “엉뚱한 수문 막아 염수 넘쳐 염해 피해” vs. 한국농어촌공사, “추가 피해시 보상예정”

등록 2021.06.02 17:06수정 2021.06.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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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구 농민들의 민원에 답변하는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지난 1일 송현지구 현장사무실에서 송현지구 농업인들과 사업의 시행자인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관계자, 시공사인 동부건설주식회사 현장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 김동이

 
"그동안 가뭄 피해는 있었어도 염해 피해는 없었는데 수문 인근 두 농가는 염수가 넘쳐 농사를 망치게 됐다. 수문 건설 당시 농민들이 수차례 건의했는데도 농어촌공사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거꾸로 수문을 만들어 염수 피해까지 입게 됐다. 더군다나 (염수를 바다로 빼는) 수문을 열어놔야 하지만 잠가놓고 엉뚱한 수문도 잠가 결국 염수가 넘쳐 피해를 입었다. 주 수문을 개방하고 모터를 상시 가동해 염수를 바다로 빼내야한다." (정등영 송현지구 농촌용수개발추진위원장)

"염전이 없고, 양어장이 없었다면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송현지구 다목적농촌용수 개발사업으로 용수는 해결했고, 배수가 문제인데 배수문제도 내년에 배수개선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배수개선사업을 하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대를 쌓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고,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시공사와도 주민들과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관계자)


자연재해, 특히 가뭄 피해 다발지역인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송현지구 다목적농촌용수 개발사업이 10년 넘게 6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올 6월 30일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송현지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가뭄'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채 농심은 타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특히 가뭄 피해에서 벗어날 기대에 부푼 농민들에게 염해 피해까지 겹치면서 한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농사일도 제쳐둔 채 송현지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의 현장사무실이 위치한 소원면 송현리 현장으로 속속 모여들어 참고 있던 분노를 표출했다.
 

농번기에 일손 멈춘 농민들 송현지구 농민들이 바쁜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송현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현장사무소를 찾아 항의하고 있다. ⓒ 김동이

 
송현지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과 송현지구 사업의 추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등영 위원장 등은 지난 1일 송현지구 현장사무실에서 사업의 시행자인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관계자와 시공사인 동부건설주식회사 현장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 쌓여 있던 울분을 토해냈다. 
 

염분을 품은 배수로 사진은 문제의 배수로로 사진 오른쪽이 염수를 바다로 빼 내는 모터가 설치된 건물이고 배수로를 따라 위쪽에는 수문이 보인다. 농민들은 이 수문을 개방하고 모터를 상시 가동해 염전과 양어장에서 나오는 염수를 바다로 빼내야 염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동이

 
농민들이 송현지구 현장사무실을 찾은 이유는 바로 시행사와 시공사측의 안일한 대처 때문. 특히, 농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수문 개방과 상시 모터 가동을 통해 배수로의 염수를 지속적으로 바다로 배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행사나 시공사측이 농민들이 요구하는 수문이 아닌 엉뚱한 수문을 막아 염수가 넘쳐 인근 논으로 흘러들어 이미 모내기를 한 논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굳게 닫힌 수문 사진은 문제의 배수로로 사진 오른쪽이 염수를 바다로 빼 내는 모터가 설치된 건물이고 배수로를 따라 위쪽에는 수문이 보인다. 농민들은 이 수문을 개방하고 모터를 상시 가동해 염전과 양어장에서 나오는 염수를 바다로 빼내야 염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동이

 
실제로 수문이 있는 현장을 확인한 결과 태양광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는 폐염전 인근에 위치한 수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수위가 낮은 탓에 염수를 바다로 배출하는 자동모터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농어촌공사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피해보상과 대책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첫 발언에 나선 농민 차아무개씨는 "공사하는 것은 좋은데 농민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 "매일같이 얘기를 해도 현장에서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모터도 증설한다더니 증설도 안하고 놀고 있다. 다 피해보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정등영 위원장은 "2010년부터 시작된 사업인데 수차례 얘기한 것도 조치가 안되고 있다. 이는 사람이 만들어낸 피해다"라며 "국가 예산을 들여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맞춰주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인데 그걸 안하고 있다. 바다로 염수를 빼는 모터도 가동한다고 해놓고 가보면 모터가 돌지 않고 있다. 결국 모터를 설치해 놓고 작동도 안 시켜 염수가 넘어와 염해를 입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위원장인 김아무개씨는 "책임은 다 위원장, 부위원장한테 돌리는데 현장이 뭐하나 제대로 끝난 곳이 없다"면서 "농민들에게 갑질한 거 밖에 안된다. 군과 군의회도 문제다. 현장에서 얘기했는데도 조치가 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덧붙여 "시행사나 시공사가 농민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경청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도 했다.

농민들의 하소연에 적극 해명에 나선 송현지구 시행사인 한국농어촌공사

송현지구 농민들의 한숨 섞인 하소연에 시행사인 농어촌공사 측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농어촌공사 측은 먼저 피해보상과 관련해 "(염해 피해 입은 논에) 모를 다시 심었다"며 "추가로 문제가 되면 보상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염수를 바다로 빼내는 모터가 상시 가동되지 않았다는 농민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 수위에 올라가면 모터는 자동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면서 "상시 모터를 가동할 수 없어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기준점을 정했고, 지금은 수위가 낮아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농민들은 계속해서 모터를 가동하라는 건데 기준점을 많이 낮추면 계속 모터가 돌아가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텐데 기준점을 너무 낮게 해버리면 모터가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적정하게 기준점을 세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대를 쌓아 염수 피해를 막아달라는 농민들의 건의에 대해서는 "마대를 쌓으면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내년에 배수개선사업을 하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가 꺼낸 '송현지구 배수개선사업'은 올해 4월 태안군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21년도 배수개선사업 대상지'로 최종 확정되면서 국비 130억5천만원을 확보한 것을 말한다.

'배수개선사업'이란 지대가 낮거나 하천변에 위치해 상습 침수피해를 겪는 농경지를 대상으로 배수로 등의 방재시설을 구축하거나 재정비하고 복토 등을 통해 농경지의 침수피해 예방하고자 추진되는 사업으로, 태안군이 자연재해 다발지역인 송현지구의 사업 필요성과 당위성을 적극 피력하고 대상지 선정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최종 확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내년부터 사업이 추진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끝으로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지나면 이미 전에 한 공사는 하자가 생기기 마련으로, 사업기간이 10년을 넘기다 보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긴다. 오히려 사업기간이 짧은 게 낫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송현지구 사업과 관련해 태안군의 주무부서 관계자는 "송현지구 사업은 올해 마무리 단계로 용수로와 저류지, 양수시설을 완료해 많이 개선이 돼 있다"면서 "올해는 비가 와서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물 활용은 예전보다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들 드러냈다.

한편, '송현지구 다목적농촌용수 개발사업'은 상습 한해지역인 소원면 송현리와 모항리, 파도리 일원 381.1ha 농지를 대상으로 592억9700만원(ha당 1억5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저수지 1개소와 저류지, 유수지 각 1개소, 양배수장 1개소, 송수관로 3조에 5.7km, 도로는 4조에 4.04km, 용수로 39조에 32.7km, 배수로 0.6km를 설치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사업기간만 해도 2009년 12월에 시작해 올 6월 30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송현지구 #가뭄피해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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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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